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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성주 사태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고?

thinknew 2016. 7. 17. 20:32


사드 배치에 대해 성주 군민들의 저항이 거세다. 그리고 그 거센 저항이 한 때이긴 하나마 총리를 억류하는 사태로 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그것을 외부 세력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기사를 보자. 

http://www.nocutnews.co.kr/news/4623914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드 배치 성주군민 설명회 당시 벌어진 폭력 사태가 외부인 개입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폭력사태에는 외부인이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라며 "외부인은 오지 말라고 했지만 소위 시위꾼이 붙어 순수한 농민의 군중심리를 이용한 점이 있다"고 했다."
"또, 인터뷰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 황교안 총리에게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200여 명으로 구성된 투쟁위는 평화시위로 사드 배치 철회때까지 투쟁하고 대규모 상경 집회 등 반대 운동을 벌이는 한편,주민을 무시한 행정 절차에 대한 법정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심리학에 보면 '인지부조화'라는 현상이 있다. 한 인간의 심리 속에 서로 대립되는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존재할 때 인간이 겪는 혼란을 이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한쪽 방향으로의 억지 정당화를 시도한다. 기사에서 등장하는 공동위원장의 발언은 인지부조화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경상도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대구, 경북 사람들은 박정희와 그 딸 박근혜에 대해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알 길이 없다만 이게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이 기사가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의 주거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그러면서도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진행된 사드 배치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저항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게 박근혜가 한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다. 그러니 억지 정당화의 결과가 외부 세력의 개입이다. 

촛불 집회를 할 때 그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비폭력이다. 경험이 의하면 폭력 사태는 경찰들에게 집회 탄압의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성주 군민들의 저항을 주도한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전무할 것이어서 스스로 집회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외부 세력이라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일텐데 그들이 굳이 성주까지 가서 집회를 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지 그곳이 성주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저들도 상경 투쟁을 다짐하고 있는 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기 위해서라면 성주가 아니라 서울에서 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외부 세력 개입 운운하는 성주 투쟁위원회가 반대 투쟁을 주도하는 한 투쟁의 동력이 점점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그와 관련된 성주 사태는 정권에게는 딜레마가 될 것이고, 대구 경북 주민들은 한동안 인지부조화에 시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