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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선택의 논리학 - 디트리히 되르너

thinknew 2016. 3. 5. 21:23
선택의 논리학

이 책은 선택을 할 때 개입하는 심리적인 요인들에 대해 분석한 학술서이다. 그런데 제목을 보면 자기계발서같은 냄새를 풍긴다. 다른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에서 즐겨 인용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긴 하다. 독자들이 자기계발서에서 기대하는 것은 '미래에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인데 이 책은 실험 및 관찰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학술서여서 그런 게 전혀 없다. 자신이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참고할 만한 내용이 좀 있다. 인간이 선택과 판단이라는 것을 할 때 인간이 가진 심리적 요인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흥미로운 독서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언급을 중심으로 그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 살펴보자.
"복잡하고 역동적인 상황에서는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상황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런 구절들을 보면 학술적 분석으로서는 아무런 분제가 없지만 그로부터 개개인이 뭔가를 얻으려고 할 때는 저런 언급이 별 도움이 안된다. 목표갸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언급은 자기계발서에 자주 인용되는 분석이긴 하다.

과학적 분석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론들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이미 선택한 행동방식을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때로는 꾸준함이 목표를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에 직면했을 고집스런 집착과 한번 선택한 목표를 너무 일찍 포기하는 태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할 가능성은 너무 확실해도, 너무 불확실해도 된다. 너무 확실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너무 불확실하면 의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가지 극단적인 상황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비로소 상황은 흥미롭고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세상은 아주 단순하다."
"알면 알수록 우리가 무지하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 세부사항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개요만 인지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게 되므로 분명한 결정을 내리기가 그만큼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는 약간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현명한 사람은 감히 내리지 못할 결론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과감히 내릴 있을 테니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끔 전문가들의 계산이 틀린 것으로 밝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문가들 역시 '감정' 의존하는 판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세히 계획을 세우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차라리 나폴레옹의 모토를 따라 행동하는 것이 낫다. "일단 싸움에 뛰어들어라. 무엇을 할지는 다음에 결정하라!""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은 오직 윤곽을 그린 다음 가능한 많은 결정을 하부 결정자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하부 결정자들은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지고 전체 계획을 이해하는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에는 '다수의 잠재적 통솔자들"(말릭(Malik),1984) 필요하다."
"계획을 어느 범위까지 세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 때문에 많은 계획이 실패한다. 예를 들어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려 한다.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내다보려고 하며, 생각할 있는 사고란 사고는 죄다 염두에 두고자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인 계획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엉성한 계획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엉성한 계획을 짜는 것은 지나치게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지나치게 세부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상태는, 아주 엉성하거나 아무런 계획이 없는 사람의 상태와 다를 없다. 가지 행동은 모두 결정 내리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인용한 구절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독자들이 선택과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전혀 없지는 않다.

"복잡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일은(자신이 없다 하더라도) 목표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특정한 현실적 모델을 구성하거나 지금 있는 모델을 목표에 따라 수정하면 된다. 자신이 다루고 있는 시스템 속의 사안들이 가진 연관성들을 이해하려면 한동안 전체를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시스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현재의 모습을 파악하고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끝내고 나면 계획 단계로 이행할수 있다."
"다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기억하자."
"어떤 경우든 예측치 못한 결과는 우리에게 중간 점검의 기회를 준다. 부정적 결과라 할지라도 중간 점검은 새롭고 바른 방법을 적용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것은 미래의 행동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할 있다."
그리고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오류의 내용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인식심리학 분야의 유명한 실험을 통해 우리는 자동화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성공적이었다고 일단 증명되면 조건에 상관없이 그러한 행동을 반복해서 적용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 세상 누구도 섬이 아니다. 우리는 혼자일 때조차도 항상 무리에 속해 살고 있다. 결정을 내릴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을 고려한다. 의식하지 않을 때조차도 그들은 나의 결정에 은연 중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은 세상에 대한 나의 태도와 행동양식을 형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사람에게는 '무리에 대한 동화작용' 또는 '관계 맺기'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내분비학자(Endocrinologist) 관계 맺기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에 옥시토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무리 형성 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진화했다. 그런데 그 진화라는 것이 최선의 경로를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인간의 마음에는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악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라는 서술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의 본성을 규명하면서 저런 모순된 어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언어라는 도구가 전달할 수 있는 의미의 한계 때문일 것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기존의 용어들이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할 것이다. 이런 혼란은 인간은 '생존 본능에 구속되는 존재'라는 점을 전제로 한 새로운 용어들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으면 이 책에서 제공되는 설명들이 불만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어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일독을 적극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