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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선악의 진화심리학 - 폴 블룸

thinknew 2016. 3. 27. 09:14


심리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 완전히 편입되고, 진화심리학으로 수렴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본성 속에 존재하는 선의 요소와 악의 요소를 심리학적으로 규명함과 더불어 한동안 무시되었던 이성의 역할에 대한 것도 아울러 이야기한다.

우리가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는 바탕에는 도덕 감정이 있다. 이 도덕 감정은 오랫동안 정신의 작용이었으며, 그 기원은 또 신에게 의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론으로 무장한 심리학은 그것이 허구임을 입증하고 있고, 이 책의 저자도 거기에 협력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촉발시킨 이기적 유전자 논쟁 이후, 인간의 본성이 뇌의 화학작용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주로 거론하는 것이 이타성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의 이타성(이기적 목적이 개입되지 않은 이타적 행위)을 두고 신이 도덕 규범을 심어 놓은 증거라고 생각한다. 중에는 우리의 도덕적 판단과 도덕적 행위가 생물학적 진화의 힘으로 완전히 설명될 없음을 이런 자기희생적 행위가 증명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원장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같은 저명한 과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곧바로 다음과 같은 간단한 반론으로 저런 논의가 타당하지 않음을 보인다.
"만약 우리의 놀라운 친절함이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라면, 엄청난 악을 저지를 있다는 점은 악마의 존재에 대한 증명인가?"

저자는 도덕성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접근할 뿐, 철학적 전통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도덕성' 무슨 뜻인가? 도덕 철학자들조차 도덕성이 정말로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동의하지 않으며, 철학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은 아예 단어를 쓰지 않으려 한다. ………… 용어에 대한 논쟁은 따분하다. 어떤 의미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쓰면 그만이다. 나는 도덕성- 뭐라고 부르든 이것이 내가 탐구하고 싶은 것이다 - 행동에 대한 제한 말고도 많은 것을 포함하는 의미로 쓴다."

저자는 아기들의 반응을 주로 연구한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유아들에게서 도덕성의 근거가 되는 어떤 반응들이 관찰된다면 그것은 도덕성을 타고 난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아들이 기본적인 물리 현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공정성에 대한 감각도 타고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음과 같은 점도 발견된다.
"아기는 스스로 선하거나 못된 일을 있기 오래 전부터 다른 사람의 선하거나 못된 행동에 민감하다. 따라서 '도덕적 감각' 먼저 다른 사람에게 향하다가, 나중에 발달상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에게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점이 되면 아이가 자신을 도덕적 행위자로 보게 되며, 이런 인식은 죄책감, 수치심, 자부심으로 발현된다."
"아이들은 평등을 기대하며,자원을 똑같이 나누는 이를 선호하며, 자신이 자원을 배분할 때도 똑같이 배분하려는 편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는 우리가 일종의 공정함 본능을 타고난다고 보는, 천부적 평등주의자라고 보는 인간 본성에 대한 특정한 그림과 들어맞는다."
그러나 저자가 사람들은 이타적인 존재로 태어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을 때는, 우리가 정말로 부를 나누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자기 자신이 관련되어 있을 때는 로빈 후드 이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평등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와 지위에 대한 이기적 관심이다."

근대 르네상스 이후 인간의 이성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다가 사실은 이성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계속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왔던 감정이 인간 본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부각된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에서 이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것에 대해 저자는 도덕감정에도 이성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른의 도덕성이 합리적 숙고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콜버그의 주장은 옳다. 이것이 인간과 침팬지가, 어른과 아기가 다른 점이다. 이들에게는 감성만 있지만 우리에게는 '감성 + 이성'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우리의 본성 속에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경향이 내재해 있으며,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들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공감과 동정심도 구분하고, 역겨움이 어떻게 도덕적 감정의 바탕이 되는지도 설명하는 등 도덕감정의 진화론적 근거에 대해 최대한 설명한 다음 도덕감정에 대한 철학적 접근법의 문제점도 짚고 넘어간다.
"도덕 철학자들은 복잡하고 부자연스러운 도덕적 딜레마를 생각해 , 그런 문제에 자신의 직관을 적용함으로써 자기 이론을 정교화할 때가 많다. 이는 일부 심리학자들이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에 관심 있는 반면, 철학자들은 정말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인지에 관심 있다는 점이 다르다. 도덕적 직관들은 때로 모순된다: X Y 똑같은 시나리오를 다른 식으로 기술한 것에 불과할 때도, X 도덕적으로 옳지만 Y 도덕적으로 그르다고 생각될 있다. 심리학자는 이런 모순을 인간 마음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로 받아들이고 여기에서 멈출 있다. 하지만 철학자는 그럴 없다."

또 저자는 "우리의 선함을 신의 개입에 대한 증거로 보는 사람들도있음"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옳지 않다. 번식 목적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이타적 동기- 낯선 이를 구하려고 자기 목숨을 위태롭게 때처럼, 자신과 자기 유전자에게 해를 끼치는 선택을 하도록 만들더라도 - 존재 자체는 생물학적 진화와 완전히 부합한다. 따지고 보면 자연 선택은 천리안이 아니어서 예상되는 미래 환경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반응하기 때문에,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부적응적 행동은 진화 이론과 완전히 부합한다. 다른 영역에서도 그런 것을 상당히 쉽게 찾아낼 있다."
"종교가 도덕적 진보를 이끄는 주된 힘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도덕성에 대한 어떤 논의도 종교를 논의하지 않고는 완전할 없다."
"공정한 관찰자라면, 주요 국제 자선 단체의 설립이나 미국의 시민권 운동처럼 지금 우리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많은 도덕적 기획들이 종교적 믿음에 기반을 두며 종교 지도자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것이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끔찍한 만행들 일부를 종교적 믿음이 유발했다는 역시 마찬가지로 명백하다."
게다가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만행들이나 정반대의 행위인 선행들이 사실은 믿음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공동체의 영향이라는 것을 보인다.
" 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는지 탐구하기 위해, 정치 과학자 로버트 퍼트넘 (Robert Putnam) 데이비드 캠벨 (David Campbell) 사람들에게 사후세계, 도덕에서 신이 차지하는 중요성, 그리고 종교적 믿음의 다른 다양한 측면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들 중에 자원 봉사나 자선 기부 같은 행동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 호의적인 행동을 위해 중요한 것은 종교적 믿음이 아니라 종교적 소속이다."

저자는 인간 본성 속에 내재해 있는 도덕감정들이 선한 쪽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짓는다.
"우리의 도덕 생활에 대한 옳은 이론은 부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것은 우리가 갖추고 태어나는 것에서 시작하며 이것은 놀랍도록 풍부하다. 아기는 도덕적 동물이며,공감과 동정심을,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는 능력을, 심지어 정의와 공정함에 대한 어느 정도의 초보적인 이해도 진화를 통해 갖췄다. 하지만 우리는 정의로운 아기보다 나은 존재다. 우리 도덕성의 결정적인 부분- 따라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많은 부분 - 인류 역사 개인 발달의 과정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우리의 동정심, 우리의 상상력, 그리고 우리의 굉장한 이성 능력의 산물이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선과 악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책이다.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