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독서

생명의 도약 - 닉 레인

thinknew 2017. 6. 1. 17:12


이 책은 저자가 '생명의 기원'에서 부터 '죽음'까지 진화사의 10대 사건(물론 저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을 뽑은 뒤 각 사건마다 한개의 장을 할당하여 과학적으로 검증된 설명들을 바탕으로 훓어본다. 이 책이 출판된 년도가 2008년인만큼 가장 최신의 진화론에 대한 설명서이자 현재 우리가 진화의 도정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각 사건마다 저자가 섭렵한 광범위한 자료와 연구 결과에 의한 설명이 있지만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략적으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생명의 기원
생명의 기원은 과거에서 현재로의 접근 방법과 현재에서 과거로의 접근 방법이 있다. 당연하게도 생명의 기원을 찾는 문제는 과거에서 현재로의 접근 방법에서 돌파구가 생기는 듯 했다. 무기물 상태의 지구에서 유기물이 생기는 과정을 탐구한 밀러-유리의 실험이 그러했다. 원시 대기였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기체 구성에 번개의 대체재로 스파크를 일으켜 '원시 수프'라고 일컬어지는 유기물 합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생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해야만 하는 유기물의 생성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진짜 길잡이는 '현재에서 과거로'의 접근법에 의해 도출된다. 생물체의 공통점을 면밀하게 조사해 본 결과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의 물질대서의 핵심 반응이 '크레브스 회로 Krebscycle'라는 작은 반응회로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회로의 역할에 관한 저자의 언급을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의학 연구를 통해서 크레브스 회로가 생화학에서만큼 세포생리학에서도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크레브스 회로가 거꾸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크레브스 회로는 (음식물에서 얻은) 유기 분자를 소비하여 수소(호홉에서 산소와 함께 연소된다)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 회로는 대사 경로의 전구 물질을 공급할 뿐아니라, ATP 형태의 에너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소를 내놓기도 한다. 크레브스 회로가 거꾸로 작동하면 이 반대 작용이 일어나는데,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흡수해 생명의 모든 기본 구성 성분인 새로운 유기분자를 형성한다. 회로가 역전되면 에너지를 만드는 대신 ATP(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triphosphate)를 소비한다. ATP와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공급되면, 크레브스 회로는 마술처럼 생명의 기본 구성 성분을 만들어낸다."
"크레브스 회로는 유전자에 의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 열역학과 화학적 확률의 문제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동일한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얻거나 반대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면 이는 무기물로 가득찬 지구에서 생명이 처음 발생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2. DNA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전자이다. 유전자의 존재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3. 광합성
광합성은 식물의 잎에 존재하는엽록소를 통해 태양빛을 흡수하여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폐기물로 나오는데 이 산소의 역할이 막대하다. 그 역할에 대해 저자의 언급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원시) 대기와 물에서 뿌연 안개와 먼지를 제거한 요소가 바로 산소의 정화 능력이다. 또 광합성이 없었다면 자유 산소free oxygen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대양도 없었을지 모른다. 산소 없이는 오존도 있을 수 없다. 또 오존이 없므면 엄청난 세기의 자외선이 거의 차단되지 없을 것이다. 자외선은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천천히 형성되며 공기 중에는 전혀 축적되지 않는다. 대신 암석에 있는 철과 반응하여 암석을 녹의 색깔인 붉은색으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가장 가벼운 기체인 수소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흩어질 것이다."
"세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완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세균은 탁월한 전기화학적 능력을 지니고 있어 사실상 어떤 분자로도 에너지를 얻는 반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균이 메탄과 황같은 분자를 반응시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발효로 얻는 에너지를 모두 합쳐도 산소 호흡의 막강한 능력에 비하면 보찰것없는 양이다. 산소 호흡은 말 그대로 산소를 이용해 음식을 태워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완전히 산화시키는 것이다. 산소 호흡 외에는 다세포 생명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동식물은 다만 생활사의 한 시기일지라도 산소에 의존한다."

즉 산소의 존재는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필수적인 물리적 환경을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4. 진핵세포
"복잡한 생물체는 모두 진핵생물이다. 진핵생물을 뜻하는 eukaryote 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eu'는 '진짜', 'karyon'은 '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진핵세포는 진짜 핵이 있는 세포이며, 이것이 바로 핵이 없는 원핵생물pro-kayote인 세균과의 차이점이다."
"핵은 세포의 '지휘 본부'로, 유전물질인 DNA가 가득 들어 있다."
"이 세상에는 한결같은 원핵생물과 변화무쌍한 진핵생물이라는 두 종류의 생물이 있다."
핵이 없는 원핵생물과 핵이 있는 진핵생물이 동일한 물질대사를 하면서도 전자는 긴 진화 시간대에 변화없이 존재했고 후자는 인간을 포함하여 변화무상한 생태계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에서 진핵세포의 등장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5. 성
무성생식에 비해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종이 더 번성하였다는 것은 진화적인 이점이 있다는 의미이고 그 이점은 다음과 같다.
"유성 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두 배의 비용이 들지만) 거의 모든 환경에서 문제를 더 잘 풀어나간다. 그 차이는 개체군의 변화가 심하고 돌연변이 속도가 빠르고 선택압이 강할 때 두드러진다."
"성은 한 개체 안에서 최고의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귀중하고 혁신적인 특성을 한데 합치는 능력이 있다."


6. 운동
성과 마찬가지로 운동성은 우리 눈에 분명하게 보이는 생물체의 특징이지만 그 메카니즘이 규명되는 것은 현미경의 발달고 궤를 같이 한다. 17세기에 네덜란드의 안톤 반 레벤후그가 광학현미경으로 근육의 구조를 관찰하였고, 갈바니가 개구리 해부 실험 중 근육 수축이 전기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래, 최근에 이르러 전자현미경의 발달과 생화학의 발전에 힘입어 분자 모터(모터 단백질)까지 밝혀냈다.

7. 시각
눈의 정교함은 기독교가 '신의 셜계' 가설을 내놓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그 눈도 눈 만을 위한 기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생물체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크리스탈린이라는 단백질을 활용하여 수정체를 만들고 망막은 로둡신이라는 단백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정교한 설계에 의해 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단백질들을 긁어 모아 눈으로서 기능하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지적 설계론'으로 기독교를 방어하려는 논리가 붕괴되고 진화론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8. 온혈성
"대사율이란 심장이 뛰는 속도, 세포에서 산소로 영양분을 태우는 속도다. …... 기력이 쇠하거나 체중이 불어나는 속도는 대체로 대사율에 의해 결정되며, 개인마다 다양한 대사율을 타고 난다. 만약 두사람이 똑같이 먹고 똑같이 운동을 하더라도 휴식을 취할 때 태우는 열량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온혈동물과 냉혈동물 사이의 사이에서 대사율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체온은 모두 대사율, 곧 생명의 속도와 연관이 있다. ….. 동물에서 생화학적으로 의미 있는 온도 범위인 섭씨 0~40도 사이에서 나타나는 효율 차이는 충격적이다. 이를테면 이 범위 안에서 체온이 섭씨 10도씩 올라갈 때마다 산소 소비는 2배씩 증가하며, 이에 맞춰 체력도 좋아진다. 따라서 체온이 섭씨 37도인 동물은 체온이 섭씨 27도인 동물에 비하면 체력이 두 배 향상되며 체온이 섭씨 17도인 동물에 비해서는 네 배가 향상된다."

체력이 좋은 동물이 생존에 유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으므로 강한 체력이 적응했을 것이다.

9. 의식
진화론은 거의 항상 인간의 의식을 규명하는 일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종이 동물계와의 관련성만큼이나 특이성도 가지고 있으며 그 특이성은 의식의 존재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식을 규명하는 일은 아직도 많은 논란거리 속에 가설들이 등장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의식을 완전하게 규명했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저자의 생각을 살짝 옅볼 수는 있겠다.
"전자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일 수 있다면, 정신과 물질이 한 사물의 서로 다른 일면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10. 죽음
저자는 특이하게도 진화의 마지막 사건으로 죽음을 꼽았다. '생명체는 죽는다'는 관념은 오랜 세월 동안 생명체에는 예외없는 법칙처럼 인식되어서 인지 죽음이라는 현상과 진화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좀 의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노화와 질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죽음도 필연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거의 알게 되었다.
"세포의 삶과 세포의 죽음 사이에는 장기적인 균형이 존재한다."
"최초의 군체는 생식세포와 체세포의 차이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세포가 분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대체될 수 있는 체세포는 생식 세포 계열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세포가 전문화될수록 몸 전체, 특히 생식 세포 계열의 이득은 커졌다. 모든 세포 중에서 가장 분화된 세포는 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이다. 여느 평범한 세포들과 달리 뉴런은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 뉴런 하나는 무려 1만 개의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고 있으며, 각각의 시냅스는 우리 각자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뇌는 대체할 수 없다. 죽은 뉴런을 대체할 공통의 줄기세포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언젠가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뉴런의 줄기세포 집단을 만드는데 성공하더라도, 뉴런을 대체할 때 우리 자신의 경험까지 함께 얹어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영원한 생명의 대가는 우리 각자의 인간성이 될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했다시피 '현재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영원한 생명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 말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