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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사회생물학 논쟁 - 프란츠 부케티츠

thinknew 2016. 1. 10. 20:15


사회생물학은 1970년대 중반 에드워드 윌슨이 곤충들의 집단 행태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도 생물계의 일원이라는 주장을 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학문 분과이다. 저자가 언급하는 사회생물학이란 다음과 같다.
"총괄하면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사회생물학은 '호혜적이타주의'와 '유전자의이기주의'를 모델로 하여 사회적 행동의 많은 현상들을 명쾌히 설명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은 사회생물학이 절대적인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지는 않다. 진화 내지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할 뿐아니라 발견의 기법이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의미가 깊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생물학과 뜻을 같이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사회적 행동과 여러 양태들은 진화를 거치면서 생성되었고 생물은 일반적으로 집단을 형성함으로써 선택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그리고 계속 점하고 있다). 또한 집단 내에서의 (사회적) 행동에 수반되는 다양한 전략들(가령 이타적 행위 따위)은 개인과 집단 모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저자는 사회생물학을 지지하면서 사회생물학이 불러일으킨 반향에 대한 쟁점들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사회생물학은 문화의 진화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전에 먼저 대두된 논쟁이다. 그래서 진화론 진영 내에서도 문화진화론자들과 환경주의자들로부터 유전자 결정론에 너무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저자는 그 이후 이루어진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린다.
"동일한 근거를 가진 두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하는 어려움을우리는 딜레마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는 하나의 딜레마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물들과 다를 바 없는 본능과 충동을 부여받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본능적 삶을 초월하여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사려할 줄 알뿐아니라, 자기 자신의 근본에 대해 묻기도하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능력도 갖춘 존재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가장 간단한 그래서 우리의 느낌에 딱 맞아 떨어지는 대답은 이렇다. 인간의 도움없이 생겨나서인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이 있기 전부터 존재해 온 모든 것이 자연에 포함될 수 있는 반면, 인간이 창출한 것, 인간의 모든 신체 외적인 표현물들을 전부 포괄하는 것이 문화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름없이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 생성되었고 이 진화의 조건에서 신체적 발달을 이룩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화를 발달시키는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생물학적 요인들에 의해서 결정되는가 하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주의는 (주로 사회/문화적 영역에서 나타나는)제반 현상들을 생물학적 사실, 이론, 모델을 가지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에 반해 문화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신념은 이러하다. 사회적, 문화적 여러 현상은 생물적 요인들과 무관하며 인간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조건지어져 있기 때문에 생물학은 사회과학 내지 문화과학의 영역으로부터 배제되어 마땅하다."
"생물학주의와 문화주의가 제 나름대로 야기했던 실제적(정치적) 결과에 대해서는 일단 생각하지말자.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유전인자/환경’, ‘생물학적 결정/사회문화적결정’을 둘러싼 논쟁의 결말은 결국 인간상의 분열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자연이냐 아니면 문화냐, 이것이 문제였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둘 중의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이러한 확신은 경험적 연구 결과보다는 이데올로기가 낳은 조급한 결론과 더 잘 어울린다.
  물론 인간상의 분열이란 것은 서구정신사가 자연과 정신, 몸과 마음, 그리고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이에 곧잘 그어놓던 경계선의 한 양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구획 지음의 여파는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두개의 '하위문화'가 형성되었고, 이들 '하위문화'들은 결국 종합대학을 각 단과대학들로 정연히 구분하는 작업에 반영되었다. 세계는 이제 두 부분으로 나누어졌다.(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연현상에 대한 진술은 자연과학이 담당했고,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인문과학의 몫으로 돌려지게 되었다”
"나는 포겔Vogel(1986)이 생명발생적 진화와 전통발생적 진화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생물체의 진화와 (사회) 문화적 진화 사이의 차이를 정말 명쾌하게 구별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포겔은 생물체의 진화나 사회문화적 진화나 다 같이 정보의 획득 및 저장과 전달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전제에서출발하면서도, 각각의 정보 전달방식에 따른 차이점만큼은 분명히 부각시키고 있다(Oeser1987, Wuketits 1988c, 1990 참조). 생명체 진화의 경우, DNA 형태의 유전자로 코드화된 정보는 생식과정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부모로부터자식에게) 전달된다(생명발생적 정보 전달). 사회문화적 진화의 경우에 정보는 사상이나 지식의 형태를 지니고 개인적으로 수집되어뇌 속에 저장되거나 어떤 물질적인 전달매체(토기나 책 등)에 기록됨으로써 다른 개인에게 전해지는 것이다(전통발생적 정보 전달). 따라서 사회문화적 진화에 있어서의 정보 전달은 생명체 진화의 경우보다 신속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때그때의 정보가 언어나 문자를 통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개인에게 전달될 수 있기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역에 있어서의 정보는 다방향으로 전달될 수 있는데, 그것은 매번 신세대가 구세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고배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될 수 있기때문이다(Diettrich 1989)."


저자는 사회생물학이 논쟁의 한가운데 서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논증들을 이데올로기적 배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를 두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생물학적으로 주어져 있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윤리학은 따라서 공중누각에 불과하든지, 아니면 결국 자연에 대한 폭력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매우 위험한 것일뿐이다."
"특정한 학문분과에서 얻어들인 우리의 본질에 관한 특정한 시각들이 무시되어서는 안되며 '절반의 진리'를 유일무이한 진리로 생각하고 그 위에 이데올로기를 구축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저자는 사회생물학에 대해 윌슨이 사회생물학을 처음 주장할 때보다 훨씬 세련된 결론을 내린다.
"진화가 우연과 필연, 자유와 계획의 복합적인 교차 양상으로 나타난다는것이며(Riedl 1976, Wuketits1988c), 인간의 발전에 있어서 대략적으로나마 정해져 있는 것은 생물학적 한정조건일 뿐, 그 세부적인 발달 양상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라는 오래고 존귀한 이념이 다소라도 지켜질 가망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유전자의 생존만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욕구의 다양성이 우리 삶을 특징짓는다면, 그럴수록 우리는 인간 존재의 어떤 속성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 사회생물학은 이러한 생물학적 지식, 말하자면 우리 자신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의 폭을 넓혀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지식들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의 본성 대신 유전자만을 그려 보여주는 환원주의적 인간상의 차원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사회생물학을 통해 생명발생적 진화와 전통발생적진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사이와 상호관계를 밝히려고 노력한다면, 유전자를 퍼뜨리는 기계적 원리 '이상의것'이 있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설사 인간의 특성이 유비를 통해서든 메타포를 통해서든 유전 기계로 그려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오로지 유전기계에 불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항상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인간은 복잡한 문화를 창조해 낸 존재다. 그것은 생물학적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인간을 생물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기도 했다. 인간의 이러한 고유성과 독자성을 규명하는 작업은, 애초부터 인간 존재를 한 가지 측면으로만 환원시키기로 마음을 굳히는 것보다 확실히 더 중요하고 더 합목적적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사회생물학의 결론 뿐 아니라 인간의 진화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린다.
"호모사피엔스가 반드시 살아 남아야만 될 이유는 진화의 그 어느 곳에도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들 앞에 존재했던 수 많은 다른 종들처럼 그들 역시 얼마든지 멸종해버릴 수 있겠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진화의 역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화과정을 스스로 조정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비범하며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주어져 있다. 결단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여기에 내가 인용한 것은 책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이 요약에 의존해서는 저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의 다른 책 '자유의지 - 그 환상의 진화'와 '도덕의 두 얼굴'과 함께 반드시 읽어보야할 책이다.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한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