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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별밤의 산책자들 - 에른스트 페터 피셔

thinknew 2016. 4. 27. 17:42

밤하늘은 누구에게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밤하늘의 신비에 사로잡혀 사색에 빠지고, 어떤 사람들은 밤하늘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창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별들과 사람의 운명을 연결하기도 한다. 아무튼 밤이라는 시간과 하늘이라는 공간과 별이라는 개체는 인간의 의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세계관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내적 일관성을 가진 가치 체계'를 의미한다. 특정 시대에 특정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묵시적 합의 하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세계관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주로 천문학에서 나온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책 '별 밤의 산책자들'은 바로 이 세계관의 변화가 천문학에서의 발견에 어떻게 의존하는지를 저자 특유의 빼어난 글 솜씨로 보여준다.


저자는 학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학문은 무엇보다 사람이 눈으로 보는 대상을 눈으로 보지 못하는 대상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정의를 수긍한다면, 밤하늘에서 별을 관찰하는 것은 학문의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철학자들의 전성기였던 그리스 시대에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제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호킹까지'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서양의 지적 전통의 사변적 논의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재적이며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놀라운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오래된 오류를 폭로한 갈릴레이의 실험적 정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땅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갈릴레이는 직접 기울어진 피사의 탑을 오르지 않고도 건전한 인간이성을 반증 있었다. 그는 모든 물체가 똑같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숙고만으로도 알아낼 있음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포함한 그리스 자연철학자들 - 프톨레마이오스 - 코페르니쿠스 - 뉴턴 - 아인슈타인 - 허블 - 호킹으로 이어지는 과학자들의 발견이나 관념의 성립 과정을 추적하여,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의 변천을 잘 보여준다.

에피소드들도 많다. 그 중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보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뉴턴의 절대 시간과 공간 개념이 위협을 받았다. 그런데 아서 에딩턴의 탐험대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옳음을 밝혀내었다. 그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뉴턴이냐 자신이냐 하는 결정의 공표에 대해 그(아인슈타인)는 이렇게 빈정거렸다. "측정 결과로 내가 옳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독일인들은 내가 독일인이라고 것이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내가 유럽인이라고 것이다. 만일 측정 결과로 내가 틀렸다는 밝혀졌다면 영국인들은 내가 독일인이라고 것이고, 독일인들은 내가 유대인이라고 것이다."

허블 망원경과 빅뱅이라는 용어로 유명한 에드윈 허블의 학문하는 태도에 대한 서술도 있다.
"허블은 언제나 물리학이란 천문학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창조에 대한 사변은 내려놓고 보다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서술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우주에서 한계를 찾아내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늘 새롭게 충족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이 참으로 기쁘다. 게다가 우주를 탐구하기 위해 굳이 거대한 망원경이 필요치 않다는 것도 배웠다. 밤이면 하늘이 어두워지고 항성들이 항상 존재하지는 않았으며 우주가 계속 확장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밖을 내다보며 매일 밤 경험할 수 있다. 그때 우리가 보는 하늘은 어쩌면 별과 별자리로 가득한 빛을 발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주기 위해 어두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 도덕적 법칙이 인간의 내면에서 스스로 우러난다."

이 책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고 나면 늘 보는 밤하늘이긴 하지만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