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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3차 방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

thinknew 2018. 7. 8. 10:39

억세게 운 좋은...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세번째 방북을 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는 별 다른 성과없이 일본으로 갔다고 한다. 그 기사를 먼저 보자.

http://www.nocutnews.co.kr/news/4997206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timeline)를 설정하는 데 있어 진전을 거뒀다고 7일 밝혔다."
"AP, AFP통신 등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의 1박2일간의 회담을 모두 마친 뒤 이날 오후 4시 26분 평양을 출발해 오후 7시쯤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 진행된 협상 내용이야 우리가 알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세번째 방북이 이루어지고, 또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 한반도의 상황과 관련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하나씩 따져보자.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이 별 다른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전에 비핵화 시간표 이야기도 나오고 미군 유해 송환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 보면 그런 기대는 협상 당사자의 협상 결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유해 송환도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송환 일정을 적시하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한 이야기였다. 비핵화 시간표도 볼턴이 불쑥 꺼낸 이야기였다.

북한은 폼페이오의 방북 회담이 유감이라면서도 협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 전개를 놓고 볼 때, 북한의 비핵화같은 복잡한 문제에 대한 논의로는 자연스러운 밀당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또 다른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무장해제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믿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겉으로 드러난 논의는 '북한의 핵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에게도 위협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였다. 그동안 드러난 바로는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기조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는 것이고 보면 북한과 협상을 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미국의 뜻에 달린 것이었다. 그러니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로만 국한시키면 천만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협상이 순조롭다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파토는 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실상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도로 및 철도가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북한 발전 설비 용량이 남한의 10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이다. GDP 차이, 도로 및 철도의 열악함만으로도 북한이 남한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추론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지만 빈약한 전력 사정까지 드러나고 보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려 한다'는 황당한 생각은 폐기 처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내분에 휩싸인 탓에 당 바깥을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 그렇지 여전히 '북한은 안보 위협'이니 '북한의 위장 전술에 속고 있다'라는 헛소리를 해 댈 것이 틀림없는 인간들이 자한당에는 우글우글한다. 기대가 지나치게 컷던 탓에 북미 회담의 진전이 더딘 것처럼 보이는 이때, 자한당이 내부 문제로 지지고 볶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큰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협상가 문재인 대통령이 있고, 미국에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며, 의도적으로 끼워 맞추려고 해도 쉽지 않을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가 하루 사이로 겹치는 바람에 '자칭 보수'들이 몰락하게 된 상황 전개까지 모두 합쳐져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는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로까지 진행되었다. 역시 세상사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하나의 요인만으로 이루어지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