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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마음의 역사 - 스티븐 미슨

thinknew 2016. 9. 4. 13:50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의 마음을 분석할 때 '근접 원인'과 '궁극 원인'을 추적한다. '근접 원인'은 현재 마음이 작동하는 생물학적 바탕을 추적하는 것으로 분자생물학, 신경생리학 등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한편 '궁극 원인'은 인간이 현재와 같은 마음을 갇게 된 진화적 원인을 추적하는 것으로 고고학, 인류학 등이 담당한다. 내 블로그에 요약이 올라 있는 에릭 켄델의 '기억을 찾아서'나 제럴드 에델만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와 같은 책들은 마음의 '근접 원인'들을 분석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마음의 궁극 원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은 상대적으로 드문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고고학자이다. 따라서 역사 시대 이전의 인류의 조상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포유류에서 유인원이 갈라진 이후 현생 인류가 등장하기 까지 존재했던 우리의 조상들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은 다음과 같다.
"그들 중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라미두스 Australopithecus ramidus'로 알려진 450만 년 전의 조상, 최초로 석기를 만들었다는 2백만 년 전의 조상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180 만 년 전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불과 3만 년 전까지도 유럽 대륙에 생존했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10만 년 전에 출현한 우리 자신의 종,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있다."

그리고 마음의 진화와 관련하여 주목하여야 할 변화를 설명한다.
"인류의 행동과 관련해서 실로 극적인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 것은 뇌 용량이 현대와 같은 크기로 확대되고도 오랜 시일이 지난 뒤였다. 그 두 가지 일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6만 년 전에서 3만 년 전에 있었던 문화의 폭발이다. 처음으로 예술과 복잡한 기술, 종교가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는 1만 년 전 농경의 성립이다. 사람들은 이때 처음으로 작물을 심고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진화론적 심리학자군을 이끄는 인물은 날카로운 지성을 소유한 매력적인 두 사람, 리더 코스마이즈와 존 투비이다. …… 그들이 진화론적 심리학의 기치 아래 행진할 때 전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현대의 마음을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로 보아야만 그 본성을 이해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출발점은 마음이 우연하게는 생겨날 수 없는 복잡한 기능적 구조라는 것이다. 신의 개입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이렇게 복잡한 것이 생겨날 수 있는 과정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뿐이다."

저자는 마음에 대한 이론들을 개괄한다. 처음에는 다목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일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주장되었다. 그것은 이어 뇌가 모듈화되어 있다는 주장에 자리를 내 주었다. 앞서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책에서 그 연장통 안의 연장들이 바로 모듈들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모듈들이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마음의 진화의 세 단계
1단계 : 일반적 지능의 영역이 마음을 지배하는 단계. 다목적 학습, 결정의 법칙이 모여 있는 상태.
2단계 : 마음 속에서 여러 갈래로 분화된 지능이 일반적 지능을 보충하는 단계. 분화된 지능은 제각기 특수한 행동 영역을 전담하며, 다른 것들과 분리되어 일한다.
3단계 : 마음속에서 여러 갈래로 분화된 지능들이 함께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단계. 지식과 개념들이 여러 행동 영역 사이를 흘러다닌다."


그리고 이 중 2단계는 다시 세분화된다.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은 마음이 특화된 기본 단위인 '모듈'이나, '지능 또는 인식 영역' 의 연속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각각은 특정한 유형의 행동과 연관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즉, 언어 습득을 위한 모듈, 도구 사용 능력을 위한 모듈,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기 위한 모듈 등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듈들을 커다란 교회 내부에 존재하는 작은 방들(예배당)로 비유한다.
"결론적으로 2단계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세 개의 부속 예배당, 또는지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
1. 직관적 심리학의 흔적이 남아 있능 것은 '사회적 지능'이라는 부속 예배당이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마음을 읽기' 위한 모듈이 포함되어 있다.
2. 위와 비슷하게 현대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직관적 생물학의 흔적은 과거에 '자연사 지능'이라는 부속 예배당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수렵채집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자연계의 이해와 관련된 일단의 모듈이다.
3. 직관적 물리학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한때 우리 초기 조상들의 마음에 존재한'기술 지능'이라는 부속 예배당의 토대인지도 모른다. 이는 돌과 나무로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고 그러한 것들을 던지기 위한 지적 모듈을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다.
4. 이 단계의 성당 안에는 네 번째 부속 예배당이 있을 것이다. '언어 지능'이라는 예배당이 그것이다."


이런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진화의 각 단계 별로 이런 모듈들이 진화하게 된 이유, 즉 궁극 원인을 고고학적으로 분석한다. 서두에 언급한 원인들이 등장하여 생존했던 환경들을 추론함으로써 마음이 위와 같은 경로로 진화하게 된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들을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의식이 사회적 지능의 일부로서 진화된 것이다."
"의인화는 사회적 지능과 자연사 지능이 서로 이음매없이 통합된 것이다."
"구슬, 펜던트 등의 장신구가 처음 출현한 것은 후기 구석기시대였다. 그것들은 또한 마음에 나타난 새로운 인식의 유동성- 기술 지능과 사회적 지능의 통합 -에서 생겨났다."
"현대의 마음이 진화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이었던 진일보는 스위스 아미나이프 같은 마음으로부터 인식의 유동성을 갖는 마음으로, 다시 말해 분화된 정신으로부터 일반화된 정신으로 전환된 일이다."
"현존하는 유인원과 인류의 공통 조상의 마음에 이미 존재하던 사회적 지능에 자연사 지능, 기술 지능, 그리고 언어 지능을 보탠 것이다."


그리고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과학 그 자체도 인간 마음의 산물이므로 우리의 마음 속에서 과학이 생겨난 원인도 분석한다.
"요컨대 과학은 미술과 종교처럼 인식의 유동성의 산물이라 하겠다. 그것은 처음에 분화된 영역 속에서 진화된 심리 과정에 의존하며, 이 과정들이 함께 작용할 수 있을 때에만 생겨난다. 인식의 유동성은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의 발달을 가능하게 했다."

끝으로 저자는 농경의 시작과 마음의 진화와의 관게를 요약한다.
"마음의 본성이 변화된 것에는 농경의 기원과 관련된 결정적인 네 가지 측면이 있다.
1. 집중적으로 식물 자원을 거두어 들이고 가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능력. 이는 기술 지능과 자연사 지능이 통합됨으로써 발생했다.
2. 동식물을 사회적인 신망과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경향. 이는 사회적 지능과 자연사 지능이 통합됨으로써 발생했다.
3. 구조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계와 비슷한, 동식물과의 '사회관계'를 발전시키는 경향. 이는 사회적 지능과 자연사 지능이 통합됨으로써 부가된 결과이다.
4. 기술지능과 자연사 지능이 통합됨으로써 발생한, 동식물을조작하려는 경향. 이는 기술 지능을 오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생 인류는 동식물을 사회적 존재처럼 다루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조작할 수 있는 인공물처럼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로서 고고학이 마음의 본질을 규명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짓는다.
"오늘날 우리의 마음은 개개인이 성장해 온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진화해 온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고고학자들이 조심스레 발굴하고 묘사하는 석기와 부러진 뼛조각, 모양을 새긴 소입상들은 우리에게 마음의 선사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만일 마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심리학자나 철학자에게만 조언을 구할 것이 아니라, 고고학자에게도 반드시 부탁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마음의 본질에 대한 진화적 원인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분명한 물리적 증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신경생리학 등과는 달리 고고학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제한된 물증을 바탕으로 추론을 해야 하는 학문이어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독을 권함'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