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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거 I

thinknew 2017. 5. 17. 17:00


오랫동안 육체와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정신이 사실은 물리적 뇌에서 나타나는 창발적 특성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작업이 진화심리학에서 이루어 진다. 거기에는 뇌의 작동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신경생리학, 진화론을 구성하는 고인류학과 고생물학, 자연선택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가 적응 특성임을 밝혀내는 인지심리학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바탕 이론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진화론의 유혹'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과학 이론은 벽돌로 쌓아진 건축물로 비유한 적이 있다. 개별 과학자들이 검증한 사실들을 체계적으로 쌓으면 과학적 이론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진화심리학은 물리적 신체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신에 대한 종합적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합의 초기 버전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다음에 요약할 책이다.




이 책은 준학술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진화심리학에 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저자는 심신일원론의 종합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진화심리학의 결론부터 언급한다.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 체계다. 이 요약된 문장을 풀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이 나온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엄밀하게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체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발전 과정도 두루 언급한다.
“다윈의 도전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으로, 인류학자 존 투비와 심리학자 레다 코즈미디스가 '진화심리학'이라 명명한 새로운 접근법에 의해서다. 진화심리학은 두 과학혁명을 하나로 결합했다. 하나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인지혁명으로, 사고와 감정의 동역학을 정보와 연산 개념으로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생물체의 복잡 적응 설계를 복제자들 사이의 선택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두 이론은 강력한 짝을 이룬다. 인지과학은 마음이란 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우리는 어떤 종류의 마음을 갖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해준다. 진화생물학은 '왜' 우리가 그런 종류의 마음을 갖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게 해준다.”
“과학적 심리학이 인간과 같은 물질 덩어리가 어떻게 믿음과 욕구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믿음과 욕구가 그렇게 훌륭하게 기능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한 사건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낫다. 언젠가 신경학자들이 뇌의 전체 배선도를 해독한다고 해도 인간의 행동은 볼트와 그램 단위로 설명하기보다는 믿음과 욕구로 설명할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 물리학은 교활한 변호사의 음모에 대해 어떤 통찰도 제공하지 않으며 때로는 생물체들의 아주 단순한 행동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
“많은 인지과학자들이 마음에는 선천적인 직관 이론들, 즉 세계를 이해하는 주요 방법들을 위한 모듈이 구비되어 있다고 믿는다. 사물과 힘을 위한 모듈이 있고, 살아 숨쉬는 존재들을 위한 모듈이 있고, 인공물을 위한 모듈이 있고, 마음을 위한 모듈이 있고, 동식물과 광물 같은 자연 물을위한 모듈이 있다. 이론이란 용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앞에서도 보았듯이 사람들은 사실 과학자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또한 '모듈' 비유를 너무 진지하게 받이들이지 말라. 사람들은 앎의 방법들을 혼합하고 짝지운다.”
“이 장에서 나는 낭만주의와 명백히 반대되는 감정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속에는 정신의 원동력은 에너지가 아니라 정보라고 말하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생물체의 복잡한 구조를 역설계를 통해 설명하려는 현대적인 전화 이론이 결합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감정이란 일종의 적응특성이고, 지성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마음 전체의 작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잘 설계된 소프트웨어 모듈임을보여 줄 것이다. 감정의 문제는 그것이 길들여지지 않은 힘이나 먼 과거의 흔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감정이 행복, 지혜, 도덕적 가치관을 증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들의 사본을 증식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는 점이다.”
“감정은 뇌의 최상위 목표를 설정하는 메커니즘이다. 적절한 순간에 촉발된 감정은 우리가 생각과 행동이라 부르는 하위 목표들과 하위-하위 목표들을 단계적으로 촉발한다. 그 목표들과 수단들은 하위 목표 안에 하위 목표가 겹겹이 싸여 있는 복합적 제어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생각과 감정을 날카롭게 구분하는 선은 없으며, (닭과 달걀에 대해 한 세기 동안 계속된 심리학 논쟁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감정을 앞서거나 감정이 생각을 앞서는 경우도 없다.”
“유전자는 서로에게 소리를 치거나 행동의 끈을 직접 당기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의 경우에 '친족 이타주의'와 '유전자의 이익'은 두 심리적 장치인 인지 장치와 감정 장치를 간단히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심신일원론을 규명한 진화심리학은 전통 철학의 토대를 붕괴시킨 위에 성립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전통 철학의 오류도 광범위하게 지적한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호주의 한 언어에 존재하는 불명료한 문법적 범주로부터 제목을 붙인 저서 <여자, 불, 그리고 위험한 것들Woman, Fire, and Dangerous Thinks>에서, 순수한 범주란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물려받았고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나쁜 습관, 즉 정의定義를 추구하는 습관에서 나온 인위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과학계에서 본질주의는 창조론과 동의어로 쓰인다. 인문학에서 본질주의적인 사람은 예를 들어 성은 사회적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감정은 보편적이며, 세계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등의 몰상식한 믿음에 친동하는 사람을의미한다. 그리고 사회과학에서 '본질주의'는 '환원주의', '결정론', '물화'와 결합되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설명하려는 사람을 향해 퍼붓는 모욕적인 용어가 되었다. 나는 '본질주의'가 모멸적인 말이 된 것을 불행하게 생각한다. 사실 그것은 자연물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보통사람의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본질주의는 화학, 생리학, 유전학의 성공을 뒷받침 한 힘이고, 오늘날에도 생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하지만 인간의 게놈은 제각기 다르다!)에 종사하거나 <그레이 해부학>(사람의 몸도 제각기 다르다!)의 책장을 펼칠 때마다 일상적으로 본질주의의 유산을 채택한다.”
“철학과 문학과 예술에서 낭만주의는약 200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그 후로 감정과 지성은 각기 다른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감정은 자연으로부터 생겨나고 몸속에 거주한다. 감정은 뜨겁고 비합리적인 충동이자 직관이고, 생물학적 명령을 따른다. 지성은 문명으로부터 생겨나고 마음 속에 거주한다. 지성은 감정을 억제함으로써 자신과 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냉철한 사색가다. 낭만주의자들은 감정은 지혜, 순수함, 진정성, 창조성의 원천이고 따라서 개인이나 사회에 의해 억압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종종 어두운 면을 인정한다. 그것이 예술적 위대함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것이다.”
“어떤 동물이든 모든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진 못한다. 우화 속의 당나귀(뷰리단의 당나귀)는 두 짚단의 중간에서 굶어 죽었지만, 배가 고픈 동시에 목이 마르다고 해서 딸기나무와 호수의 중간에서 고민하는 동물은 없다.”
“가족은 파괴적인 조직이라는 것 또한 혈연 유대가 낳은 놀라운 결론이다. 이 결론은 교회와 국가는 언제나 일관되게 가족을 지지해 왔다고 보는 우익의 견해와, 가족이란 여성을 억압하고 계급 연대를 약화시키고 온순한 소비자를 양산하는 부르주아적이고 가부장적인 제도라고 보는 좌익의 견해에 정면으로 대립한다. 저널리스트인 퍼디낸드 마운트는 역사상 모든 정치적, 종교적 운동들이 어떤 이유로 가족을 말살하려고 노력해 왔는지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가족은 개인의 충성심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적대적인 연합체일 뿐 아니라, 불공평한 이점- 친족들 간의 타 고난 애정이 동지들 간의 애정보다 크다는 사실 -을 누리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철학적 문제들은 신성한 느낌을 던져 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대와 장소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답은 신비주의와 종교다. 의식은 각자의 마음에서 발생하는 신의 불꽃이다. 자아는 영혼, 즉 물리적 세계 위를 떠다니는 비물질의 유령이다. 영혼은 그냥 존재하거나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신은 각각의 영혼에 도덕적 가치와 선택 능력을 부여했다. 신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지정했고, 모든 영혼의 선악을 생명의 책에 기록하고, 영혼이 육체를 떠난 후에 그에 따라 상이나 벌을 준다. 지식은 신이 예언자나 선지자에게 부여하거나, 신의 정직함과 전지全知함이 우리 모두에게 부여한다.”
“맹켄은 종교적 해답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신학은 알 가치가 없는 것들을 빌려 알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끊임 없는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에게 종교적 설명들은 알 가치가 없다. 원래의 수수께끼들 위에 똑같이 난해한 수수께끼들을 쌓아 놓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