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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루시퍼 이펙트 - 필립 짐바르도

thinknew 2016. 6. 16. 19:54


오랫동안 사람들은 세상을 선과 악의 대결장으로 인식했다. 물론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악을 물리치고 선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론이 인간을 동물의 연장선상에 놓음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악의 요소들을 동물들이라 치부하고 넘어갔는데 인간도 동물의 연장선상의 존재라면 그 악의 요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로 인해 악과 관련된 인간의 본성의 문제는 심리학자들의 큰 관심사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범 재판을 본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 악의 평범성을 한 젊은 사회 심리학자가 모의 감옥 실험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루시퍼는 유대 기독교 전승에서 나오는 '타락 천사'로 흔히 악마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사회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 대상자들을 모아 모의 감옥 실험을 하게 된다. 실험 대상자들 중 무작위로 선택한 절반은 죄수의 역할을, 나머지 절반은 간수의 역할을 맡겼다. 정상인들을 모아 단지 역할만 다르게 부여했을 뿐임에도 실제 교도소 못지 않은 폭력 사태가 발생하여 그 실험은 원래 계획했던 시간을 반도 다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종결해야만 했다. 이 실험으로 인해 실험 설계자인 짐바르도도 법의 처벌을 받는다. 그 후 30년이 지나 그때의 실험을 바탕으로 이 책 '루시퍼 이펙트'를 출판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의 출판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루시퍼 이펙트의 요점 중 하나는 복잡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데 사람, 상황(또는 행동의 배경)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어떤 기여를 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에게 본질적이고 불변하는 선이 깃들어 있으며, 그 선은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고 상황의 유혹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우리는 인간 본성에 신과 같은 속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우리를 공정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도덕적, 합리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선과 악 사이에 침투할 수 없는 단단한 경계를 세워놓음으로써 복잡한 인간 경험을 단순화한다."
"우리 대부분이 사회의 힘의 도가니 속에 끌려 들어가게 되면 상당한 정도의 성격 변환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선한 자아(good self)'가 '악한 상황(bad situation)'을 지배한다.
"어떤 인간이 저지른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끔찍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들 모두가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과정에 알게 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고 권위를 수용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권위주의적인 교도소 환경에 더 오래 머무르고, 더욱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적대적이고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기를 희망하는 희생자들은 공격자에 대항하는 대신 공격자가 원하는 것을 감지하고 공격자의 이미지를 추종하고 공격자와 같은 존재가 된다."
"소속되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요구는 다른 이들과 제휴하고 협조하고, 집단의 표준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의미를 찾는 합리적인 절차는, 현재의 분석에 적절치 않은 설명의 범주에 주의를 집중하는 인지적 편견에 의해 왜곡된다."
"비인간화는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인간으로 대우하는 도덕적 질서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때 일어난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이 분산되면 타인에 해를 가하는 것에 대한 억제력이 약해진다."
"성격과 상황이 상호작용하여 행동을 낳는다는 것은 심리학에서는 자명한 이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사회심리학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것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힘이 우리의 정신적 삶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발견에 있다. 그런 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상황의 힘이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선과 악의 경계는 모두 사람의 마음 한복판에 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행위를 보고는 "나 같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말이 타당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이 상황의 힘에 압도되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이 책은 당연히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