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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뇌 과학의 함정 - 알바 노예

thinknew 2016. 7. 13. 18:14


진화론은 끊임없이 반론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주역은 종교, 특히 기독교였다. 과학자들 중에도 기독교 편에 선 사람들이 제법된다. 어떤 과학자는 "증거는 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신을 택하겠다."라고 까지 한 사람도 있다. 종교만이 진화론에 반기를 든 것은 아니다. 종교의 그늘에 가려있어서 그렇지 철학도 만만찮다. 특히 서양의 과학자들은 그 지적 전통이 그리스 철학에 있기 때문에 그 지적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많다. 아무튼 진화론을 반대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으며, 여기 소개하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저자는 주장하는 바가 좀 독특하다.
"의식은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뇌의 산물이 아니다. 분명, 뇌만 있으면 의식을 일으키는 데 충분하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 따위는 없다."
이 말은, 저자는 정신과 육체는 분리되어 있다는 이원론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저자는 과학자이면서도 이 주장을 증명하는데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저자의 논증은 주로 이런 식이다.
"뇌라는 특정한 신체 기관이 우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뇌가 의식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우리는 뇌 말고도 더 커다란 몸, 그리고 우리 자신이 처한 환경과 관련해서 뇌가 하는 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의 아내와 아이들과 부모님이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 세계가 그들에게도 나타난다는 사실, 그들은 단순히 자동인형이 아니라는 사실들은 내가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의문을 던질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만일 내가 옳다면, 그 초연한 관점은 우리가 다른 마음과의 관계에서 결코 빌려다 쓰지 않는 혹은 특별한 상황에서 만 드물게 빌려다 쓰는 관점이다."
"우리는 이제 모순에 직면한다. 과학은 그것의 주제를 냉정하게,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바라본다. 과학은 모든 것에 초연한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초연한 관점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초점에 가져오는 일조차 불가능하다. 초연한 관점에서는 행동과 생리가 있을 뿐, 마음은 없다. 따라서 마음의 과학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음 자체가 모순적인 어떤 것이다. 자연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우리 본질의 일면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인간 경험의 특징이 개별 뉴런의 성질에 의해 정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논증을 시도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결정론적 환원론을 비판하면서 의식은 뇌와 별개라고 하기도 하고, 빈서판에 대한 비판도 곁들인다. 이 블로그에도 요약이 소개되어 있는 '기억을 찾아서'의 에릭 캔들의 연구 결과도 한 페이지에 걸쳐 언급하고는 내린 결론이 '관제 센터'가 없다라는 것이다. 기계론적 사고도 비판한다.

예전에 읽다 만 책 중에 양자역학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었다. 그와 비슷한 논증을 저자도 한다. 이런 식이다. 얼굴 인식 모듈이 있다고 신경과학자들이 주장한다. 그런데 모듈이라고 주장하려면 단어 인식 모듈도 있어야 할텐데 그것은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얼굴 인식 모듈도 가설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글을 마무리지어 놓았다.
"우리는 세계 속에 있으며 세계의 일부이다. 우리는 집에, 정겨운 우리 집에 있다."

이 책은 타임과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였으며 출판되자 마자 격론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되어 있다. 증거와 무관하게 종교를 믿고 싶은 사람들은 과학자가 종교를 옹호하는 논지의 책을 저술하면 책의 논증이 어떠한지에 관계없이 열광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동물의 연장선 상에 있는 존재일 뿐이며, 의식도 결국은 뇌의 작용으로 환원된다는 진화심리학의 결론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책에 끌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화제작이라고 해서 다 내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추천 불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