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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노회찬 죽음 이후에 남겨진 과제

thinknew 2018. 7. 24. 10:21


우리 사회의 통념 속에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라든가, '털어 먼지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내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니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진보 세력에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 이면에 깔린 논리는 너무나도 원초적이다. '모두가 도둑놈인데 그런 사회를 바꾸려면 너희들(진보 세력들)은 티끌 한 점 없이 존재여야 한다'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진보 세력들은 위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한 '자칭 보수'들의 공격때문에 언제나 전전긍긍해야 한다. 그리고 노회찬의 죽음은 그런 심리적 압박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충분히 인식하게 해 준다. 무엇보다 먼저 노회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참으로 애석하다.

다음 기사는 노회찬을 죽음에 이르게 한 시스템의 일부를 언급한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56969&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1&CMPT_CD=E0026M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지키기 어렵게 설계된' 정치자금법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돈 없는 사람, 인맥이 빵빵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못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혹은 '불법을 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칭 보수'들이 저항 세력들을 공격하는 수단은 언제나 동일했다. '열 번 중 아홉 번을 잘못한 놈이나 열 번 중 한 번을 잘못한 사람이나 잘못하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이게 먹히는 이유도 단순하다. 일상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잘못을 한번 더 저지른다고 해서 세인의 주목을 전혀 받지 않지만 어쩌다가 한 번 잘못한 인간은 그 잘못이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개혁 세력들은 그 한 번의 도드라짐을 피하기 위해 행동에 족쇄가 채워지고 결국 개혁은 좌초의 길로 가게 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오랫동안 한국의 정치를 괴롭히던 대선 정치자금 문제를 돌파할 때, '나는 무죄고 너희는 유죄다'라고 하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의 불법 규모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했다. 노 전대통령은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고 대중의 양해를 구했다. 물론 노 전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었기에 그럴 수 있었지만 노회찬은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노회찬의 죽음과 같은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위의 기사는 너무나도 시의적절한 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인사 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에게 티끌 한 점없기를 요구하며 국정을 발목잡았던 자한당 꼴통들이 일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완영같은 놈을 법사위에 버젖이 배치하는 짓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허익범 특검은 노회찬을 이미 잡았으니 다른 연루된 정치인들, 특히 자한당 꼴통들을 먼지 탈탈 털어 잡아내야만 한다. 그렇지않으면, 깜도 되지 않는 특검을 자한당 꼴통들의 어거지에 의해 하게된 허익범 특검이 '하나 잘못한' 노회찬은 잡으면서 '잘못이 부지기수'일 자한당 꼴통들은 잡지 못하는, 적폐 세력의 부역자라는 오명을 덮어 쓸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생기면 거의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종류의 꼴통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바른미래당의 권성주가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죄'라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이 같다고 해서 그것을 같다고 판단하면 그건 생각이 짧아도 보통 짧은 게 아니다. 지금 조계종의 개혁을 요구하며 삼십 며칠째 단식하고 있는 설조 스님과 얼마 전에 슬거머니 그만 둔 김성태의 단식이 단식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더라도 그걸 두고 '단식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죄'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회찬이 자살한 이유가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죄'라고 했으니 그런 권성주는 얼마나 깨끗한지 먼지 털듯 탈탈 털어 볼 일이다. 그리고 권성주의 주장과 유사한 생각들이 모이면 노회찬의 죽음과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권성주는 자신의 생각의 짧음으로 인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적폐 세력에 부역한 꼴이 된 셈이다.

적폐 세력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노회찬의 죽음과 같은 애석한 일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또 하나의 노회찬의 죽음과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한당 꼴통들에게 빠져 나갈 구멍을 일정 정도 허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