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정치, 사회

꼴통 열전 (대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thinknew 2016. 7. 31. 16:20


이화여대에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 측에서는 미래라이프 대학이라고 평생교육원을 학사과정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학생들이 반발하는 모양이다. 예전에도 개방대학이라는 시스템이 잠시 있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직장인들이 일년에 몇 학점씩 수료하여 10년이 걸려서라도 이수학점을 따면 학사 학위를 주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때는 대학에 대한 수요가 워낙 컸던 때라 이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하고 모두 공업대학이라는 임시 과정을 거쳐 일반 대학으로 전환되었다. 부산에는 전문학교로 출발하여 전문대학-개방대학-공업대학을 거쳐 부경대학교(그 당시 수산대학교와 공업대학교가 합교)가 된 경우가 있다. 이화여대가 만들려고 하는 그 시스템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내가 판단할 수는 없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기사를 보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311317001&code=940100&nv=stand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는 이화여대 학교 측 방침에 반발한 학생들이 나흘째 대학 본관을 점거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투브에 공개된 이 영상에서 한 학생이 이 교수에게 “(학교의 주인은) 총장도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요”라고 말하자 이 교수는 학생들 앞에서 “학생이 주인이라고? 4년 있다가 졸업하는데?(웃음)”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상은 교수가 웃고 있는 모습으로 끝난다."
[https://youtu.be/RoHhaY-Nfe4]

예전에 서당은 양반인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을 널리 전하기 위해 학동들을 모집하여 가르쳤다. 물론 등록금은 없었다. 그저 학동들의 부모가 감사의 표시로 전해주는 물품을 받는 정도였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성균관은 신분제도가 존재하던 시기에 양반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었다. 그래서 서당의 주인은 훈장이고, 성균관의 주인은 왕이었다. 현대의 대학은 많든 적든 등록금을 받는다.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보면 대학도 시장 시스템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지불하고 지식을 사는 것이다. 사립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립대학도 결국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과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인 만큼 시장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은 사립대학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사회의 잘못된 가치판단이 개입되면서 문제가 꼬여버렸다. 우리 전통에서는 교육을 너무 중요하게 친다. 교육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이 사회의 다른 많은 요소들보다 특히 더 중요해야 할 이유는 없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는 교육만큼 안 중요한가? 현재의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치는 또 어떤가? 치안을 담당하는 사법, 경찰 시스템은 또 어떻고?

사회는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운영되는데 유독 교육에만 높은 가치를 부여해 놓았다. 그러니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 나온다. 대학교수가 저런 발언을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그렇다. 국립대학 교수들은 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대학의 주인이 누구냐?'라는 문제에 대해 국립대학 교수들이 사립대학 교수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국립대학은 눈도장을 찍어야 할 구체적인 대상이 없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교조 문제도 마찬가지다. '신성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어찌 노동자일 수 있나?'라면서 오히려 교사들을 탄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또 얼마 전에는 청소년들을 입시 기계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자 했더니 격렬하게 반발한다. 야자 폐지에 반발하는 그 학부모들은 겉으로는 신성한 교육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어떻게 하든 자기 자식들이 대학 입시에서 일점이라도 더 받게, 학교에 붙들어 두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위선자들에 다름아니다.

교육에 지나치게 신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훤히 볼 수 있다시피 교수도 학부모도 모두 위선자로 만드는 길이다. 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의 여러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일 뿐이다. 위선을 걷고 대학도 시장 시스템에 맡겨 두라. 대학의 실질적인 주인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