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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권위주의에 종속된 인간들의 최후

thinknew 2017. 10. 30. 08:30

[이미지 설명] "공부하라 그랬지?"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는 맹목적인 충성자가 있기 쉽다. 권위주의에는 지배-복종의 수직적 관계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는 죽을 때까지 그것이 이승만의 지시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두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감옥살이를 자청한 장세동도 있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시절, 레이건 정권에서 행하여진 그때까지 강경 대치하고 있는 적성국이었던 이란에 무기를 밀수출하고 거기에서 얻은 수익을 중미의 산디니스타 공산 반군을 지원하는 데 사용한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노스 중령은 그 책임을 자신이 다 떠안음으로써 레이건을 정치적 부담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그 후 노스 중령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보스에게 바치는 절대적 충성이라는 가치를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좀 괴이한 세계관을 가진 인간들이 아직도 있다. 먼저 원세훈부터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1028060043446 


"댓글공작 등 혐의로 구속된 유성옥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60)이 수감 전 남긴 장문의 글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적법 범위 내에서 일할 것 같으면 국정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국정원은 법을 초월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폭로했다."

서두에 언급했던 인간들처럼 원세훈의 머리 속에는 '이명박에 대한 충성' 이외에는 다른 것은 다 쓸데없는 것이었다. 국정원이 초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세훈의 생각이 국정원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님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원세훈이 이명박에게 얼마나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쳤는지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개인에게 충성하느라 법도 우습게 아는 인간이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키칠 수 있는지를 보면, 그런 류의 인간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어선 안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 류의 인간들에 포함되는 또 한 인간이 있다. 문고리 3인방 중 지금까지 박근혜를 감싸고 있는 유일한 인간인 정호성이다.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1029213832998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고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잘못했다거나 부당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통치 행위’의 일환이라 생각했고, 과거 대통령들은 물론 다른 나라 정상들도 흔히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검찰이 자신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보스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 절대로 명시적으로 내리지 않는다. 애매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부하들이 알아서 해석하도록 만든다. 물론 그 '알아서'는 보스에게 유리한 쪽임을 암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스는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 정호성도 박근혜가 자신이 하는 모든 결정을 최순실에게 알려주라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기사에서도 나오다시피, 흔히 박근혜가 국정 운영에서 최순실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니 정호성이 알아서 최순실에게도 알려준 것일 것이다. 뒤늦게 나마 그게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모든 잘못을 떠 안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오직 박근혜에게만 충성하겠다는 뒤틀린 세계관을 가진 인간들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그들이 적폐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청산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그런 인간들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활개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되살아 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지금 흔들림없이 가고 있다. 그 말은 '사람 사는 세상'에 한발짝 더 가까이 갔다는 말이다.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