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정치, 사회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한 현상의 의미

thinknew 2016. 4. 14. 20:34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북 송금 특검을 행한 것을 빌미로 호남 사람들이 노대통령을 비토하기 시작했다. 지금 호남이 국민의 당에 의석을 몰아준 것을 보면서 그때 상황이 생각나서, 그때 서프라이즈라는 정치 웹진에 적었던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먼저 그 글을 보자.

오늘날 세계에는 여러 종류의 유대인들이 있다. 가장 소수이지만 나찌의 유대인 대학살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이것이 인간인가를 저술한 프리모 레비가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볼수 있다. 대학살이 자행된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절절하게 표현했던 그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다음은 유대인 대학살이 얼마나 반인륜적인지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사람들이다. “쉰들러 리스트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를 들 수 있다. 그들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들을 통해 유대인 대학살의 비극성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해 낸다.

그리고 이스라엘 국민들이 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은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츠하크 라빈 총리를 암살하고 그 이후 극우 정치인들을 지속적으로 당선시켜 유대인 대학살에 못지않은 팔레스타인 탄압에 일조를 하고 있다.

나찌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이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 대범죄라는 데에는 거의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탄압을 받은 유대인의 후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비판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 받았던 탄압을 전면에 내세워 현재 자행하고 있는 범죄행위를 가리려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비극적 역사는 그것대로 기억을 하되 현재의 범죄행위는 비판받고 제재받아야 마땅하다.

세상사라는게 100% 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은 없겠지만 대한민국 땅에서 전라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유대인들과 묘하게 대비된다.

5.18을 통해 전라도 사람들의 일부는 결코 있어서는 안될 비극을 직접 겪게 된다. 그 후유증을 아직 겪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고통은 치유되고 보상받아야 마땅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한동안 논란이 될 것이다.

세월이 흘러 5.18의 비극성을 모두가 알 수 있을 때 쯤 되었을 때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5.18을 권력을 잡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5.18과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전라도 차별을 보상받기 위해서 반드시 그들이 정권을 잡아야만 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들에게 노무현은 대리인에 불과했고 그래서 성에 차지 않은 대리인을 가차없이 버렸으며, 정동영을 추대하였다가 낭패를 본 이후 손학규 정도로 한발 물러서는 듯하다.

나는 이성보다는 본능에더 충실한 그들의 행태에 비판을 가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유대인들 중 둘째 부류의 역할을 하는 소위 지식인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둘째 부류의 유대인들은 현재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범죄행위는 결코 언급하지 않으면서 유대인 대학살만 끝임없이 환기시킴으로써 그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이스라엘의 범죄행위를 희석시키거나 은폐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 서프라이즈의 최근 소동을 주동하는 있는 집단과 내과의사 류의 지식인들 또한 5.18의 비극성을 끝임없이 환기시킴으로써, 5.18을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길 뿐 전라도 사람들의 인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의 전체 인권이 향상되는 방향으로의 진보에는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적대적인 정치권력자들의 야욕을 은폐시키거나 그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5.18의 비극을 호남 패권주의의 도구로 생각하는 순간 5.18의 비극에 대한 온전한 보상은 물건너 간다. 왜냐하면 그것은 반드시 영남패권주의자들을 결속시키는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권자 구성 상 영남패권주의자들을 결속시키면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사람사는 세상은 향후 수십년 동안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쳐 오는 동안 5.18은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호남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지역이기주의를 유감없이 드러내었다. 안철수가 5.18 정신을 모욕하는 짓을 버젓이 저질러도 그 안철수를 따라간 정치인들을 여전히 지지했다.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김한길 같은 정치인들은 이런 호남 사람들의 정서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더민주당을 떠나 국민의 당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판단이 더 정확했다는 것을 이번 선거는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로서 광주, 전남이 '민주화의 성지'라는 간판은 떨어졌다.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을 때는 김대중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었으나 그가 사라지고 난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지역이기주의를 충족시켜 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안은 없고 그렇다고 영남 출신인 문재인에게 의존하기는 싫은 호남 사람들의 내적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어떤 변화를 촉발할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호남인들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의 변화이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