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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 폴라 스테판

thinknew 2016. 5. 3. 20:29

물리학은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다. 이론물리학의 영역은 천재들의 번뜩이는 영감에 주로 의존하지만, 실험물리학은 실험 장치에 크게 의존하고, 그 장치들은 대개 가격이 비싸고 어떤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허블 만원경이나 강입자 가속기같은 것들이다. 게다가 지금은 이론물리학 분야도 학자들에게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든다. 물리학을 먼저 언급한 것은 물리학이 과학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어서이고 과학의 다른 분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돈과 관련되면 필연적으로 경제학적인 요인이 개입한다.

이 책은 과학과 경제학의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먼저 저자의 언급을 보자.

"경제학과 과학은 어떤 관계일까? 사이에는 다양한 연관성이 있다. 경제학은 결국 경쟁적인 필요와 욕구에 부합하도록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묻는 인센티브와 비용에 관한 학문이 아니던가. 이와 같이 과학에도 돈이 필요하고 인센티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저자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미국 과학 분야의 학계의 현황을 알려주는 보고서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래도 몇가지 흥미로운 내용들은 있다.
"로트카가 발견한 것은 6퍼센트의 과학자가 전체 논문의 절반을 발표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구절은 경제학의 '파레토의 법칙'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인력을 과학 분야로 유인하는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흥미는 과학 분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올가미'이자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핵심적이며 본질적인 보상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파인먼Richard Feynman 말을 인용하면 "상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기쁨이며 발견의 활력소다." ……… 그들은 발견을 처음으로 공표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인정'에도 자극을 받는다. 흥미와 인정의 차이라면 홍미는 연구 과정에서 느끼지만, 인정은 어떤 수수께끼를 처음으로 풀었거나 결과물을 동료들에게 발표했을 누린다는 점이 다르다."
"수수께끼에 대한 흥미와 사람들의 인정(훈장) 과학자들에게는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수수께끼 풀기와 훈장이 전부는 아니다. 동기들 하나다."
저자는 이렇게 서술하였지만 아마도 가장 큰 동기는 '부'일 것이다.

과학 연구의 특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과학 연구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공공재' 특성을 지닌다. 일단 공표되면 타인이 쓰지 못하도록 막기가 쉽지 않다. 사용한다고 해서 지식이 줄어 들지 않으므로 다른 사용자의 비용이 제로라는 점에서 비경쟁적이다."

또 흥미로운 내용 중의 하나는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것으로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능보다는 노력'이라는 말을 확인해 주는 언급이다.
""과학자들은 순간적인 통찰력(유레카 모멘트eureka moments) 발휘한다" 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과학은 시간이 걸리고 끈기가 요구되는 분야다. 성과가 좋은 과학자들, 특히 걸출한 과학자들일수록 의욕이 넘치고 고된 일을 감당할 능력과 '체력' 갖추고 있으며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꾸준히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끈기는 특히 중요하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으로 이끈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자, 절반이 조금 넘는 물리학자들이 25 단어 중에서 '끈기' 선택했다. 끈기만한 덕목도 없는 셈이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Practicemakes perfect" 말에서 보듯, 끈기와 연습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최근의 연구는 글쓰기, 테니스, 음악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이 재능보다 '연습'이라고 주장한다. 끈기는 창의성과도 연결된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일부 논쟁의 소지가 있겠지만) 또는 이상의 아이디어를 조합해 보고, 해보고, 거기서 연구해 나갈수록 가지 창의적인 성과를 거둘 확률이 보다 높아진다."
스스로 범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도 노력하는 가운데 기회를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인 셈이므로 젊은이들이라면 귀담아 들어 둘 만하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어마어마한 경제 성장을 이끈 요인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가 꼽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사람들이 기술을 진보시키는 기여할 '과학 이용법' 배웠다는 사실이다.197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국민소득 이론의 대가인 사이먼 쿠즈네츠는 경제성장에 대해 "서구는 '과학의 신기원' 열었다" 해석했다. "사람들은 기술을 진보시킬 과학 이용법을 익혔을 아니라 반대로 과학을 진보시킬 기술 활용법까지 배웠다" 말했다."

다음과 같은 구절도 역시 흥미롭다.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연구 대부분이 공공 부문에서수행된다. …… 성장을 위해 지식의 확산은 유익하지만, 시장 논리에 근거해서 운영되는 연구소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상위 연구에 뛰어들게 만드는 경제적인 동기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기초연구는 으레 공공 부문의 몫이 된다."
" 조사는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지식이 이전되는 중요한 메카니즘이 인쇄물임을 보여준다. 기업은 교수들이 논문과 보고서를 읽고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 지식 이전 과정에서 번째로 중요한 메커니즘은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교환한 후에 공청회나 회의,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기업은 공공 부문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해 신규 대학원생 채용, 벤처 기업과의 결합이나 협력, 특허 등의 방법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이 책은 미국의 과학 분야 학계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는 기초연구가 미국의 경우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유럽의 경우 전문연구소를 중심을 이루어지는데 저자가 미국인이어서 학계의 상황을 주로 다루었다고 저자도 밝히고 있는 바이다. 대학의 교수들의 종신직 여부, 외국계 학자들의 기여, 박사후과정 연구자와 같은 연구 인력들의 분배 그리고 장치에 드는 비용의 분배 등 미국 학계의 상황을 자세하고 보고하고 있어서 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필요가 충분하다.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