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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거짓말의 심리학 - 필립 휴스턴 외 3인

thinknew 2017. 4. 13. 17:47


범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순순히 실토하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상적인 범죄자들을 다루는 경찰들에게도 이것이 중요하지만, CIA와 같은 정보 기관의 수사관들에게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이 인문학으로 인식되던 시절에는 이런 심문 기술은 전적으로 경험 또는 강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내고, 그 중에서도 거짓말을 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현대적인 심문 기법에는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이 광범위하게 차용될 수 밖에 없다. 심리학적 연구 결과와 다년간의 경험이 결합되어 범죄자들을 심문하여 거짓말을 식별하는 기술을 설명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원제는 'Spy the lie.(거짓말을 식별하라)"이다. 거짓말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는 인간의 심리에 정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번역 제목 '거짓말의 심리학'이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거짓의 식별은 인간이 흔히 하는 거짓말 중에서도 악의를 동반하는 특정의 거짓말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CIA에서 심문을 오랫동안 담당한 수사관들이다. 심리학적 연구 결과와 다년간의 경험을 결합하여 범죄자들의 심문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실용서라기 보다는 학술 서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그렇다.
"인간의 거짓말을 단번에 척척 알아낼 수 있는 기계 같은 건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인간의 행동은 반드시 논리적이지 않고 우리의 예상과 맞아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논리적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가 가진 믿음과 도덕적 잣대의 반영일 뿐이다."
"거짓 행동을 구별한다고 해서 인간 거짓말 탐지기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갑작스레 판사와 배심원이라는 두 가지 임무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제 거짓말과 관련된 일상적인 상횡들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인 도구를 갖게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를 통해 얻는 것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정보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하고 사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가르침은, 우리 모두는 이렇게 얻은 정보로 거짓말을 더 잘 '탐지'할 수 있지만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거짓말을 더 잘 '실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거짓말 탐지기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미세 표정에서 거짓말을 식별하는 기법을 설명하지만 그 방법들이 부분적으로만 유효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거짓말을 식별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저자들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내놓은 다음과 같은 구절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삶에서 매일 발생하는 상황들은 일반적으로 냉철한 임상 분석에 적합하지 않다. 진실을 아는 것을 아주 감당하기 어려운 싸움으로 만드는 인간적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결국 진실을 아는 것이 거의 항상 우리의 최고 관심사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거짓말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거짓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다면, 거짓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선한 사람들이 선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이는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이 책은 거짓말을 좀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기대를 접고 읽는다는 전제 하에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