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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개성의 탄생 - 주디스 리치 해리스

thinknew 2016. 5. 7. 17:34

우리는 아이의 성장에 부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편부모 가정을 '결손 가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결손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비행 청소년이 될 확률이 일반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에 비해 더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학이 밝혀낸 것들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것도 있고, 확인해 주는 것도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에 관한 내용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런 결과를 보여주는 책이 '양육 가설'인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번역판이 없다. 그래서 양육 가설'의 저자인 주디스 리치 해리스가 '양육 가설' 이어 출판한 이 책 '개성의 탄생'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인간의 본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느냐 아니면 환경의 영향에 의해 결정되느냐는 심리학에서 오랜 논쟁거리였다. 물론 지금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모두에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이 나 있다. 이 책은 그 결론이 나오는데 일조한다.


저자는 한 개인의 '개성'에 대해 지금까지의 통념을 지적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영속적인 특성이 있다고 보고, 여러 행위를 시료로 하여 그러한 특성의 실마리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시료가 어찌하지 못할 만큼 부적절하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저자는 이렇게 믿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가설이 세워지는 것은 절대적 확실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개연성에 기초한다. 개연성이 적은 가설부터 제거한다. 이것이 셜록 홈즈의 추리 방식이다. 원칙적으로는 과학자들도, 진찰 전문의도 이런 식으로 추론해야 한다."

저자는 한 개인의 '개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개성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양육가설이 출판된 된지 4년이나 지나서였다. 이유는 사회화와 성격 발달을 혼동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연구하고 성인들에게 심리치료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둘을 기본적으로 동일한 과정이라고, 행동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습의 과정이라고 간주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서로 목적이 다른 개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에 걸렸다. 그리고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는 한 개인의 개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유전자의 영향(선천적 요인)이 대략 50% 정도, 부모의 영향이 대략 2% 정도, 그 외 또래들과 사회로 부터의 영향(환경적 요인)이 나머지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말은 부모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미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직관과 워낙 동떨어진 주장이어서 이 책의 출판 직후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나 학계에서의 파장에 지나지 않고 일반 대중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또 저자는 또래들과 사회의 영향에 의해 개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다시 '관계 체계', '사회화 체계', '지위 체계'로 분석하고 이 모듈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저자의 주된 주장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부모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도 있다.
"25년에 걸친 연구 결과 아이들은 유능한 학생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교와 학급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그동안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느꼈을 중압감을 상당 부분 줄여 줄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부모의 역할이 필요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애정 표현이 모자 관계 혹은 모녀 관계를 개선할 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관계 체계는 특정한 개인에 대해 알게 사실을 고려하여 행동을 조정한다. 그러나 관계 체계는 장기적으로 행동에 수정을 가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이런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런 책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현재 부모이거나 부모가 될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