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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서울광장의 친박 텐트 그리고 인지부조화

thinknew 2017. 4. 21. 08:55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C%A7%80%EB%B6%80%EC%A1%B0%ED%99%94



심리학의 핵심 개념 중 '인지부조화'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과학적 개념이 그렇듯 이 개념을 발견하게 된 과정도 우연한 한 사건에서 부터 출발한다. 한 선지자를 자처하는 인간이 자신들만 특정 일시에 구원받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 주장에 깊이 동조한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이 현상에 흥미를 느낀 레온 페스팅어와 동료 사회과학자 몇명이 그 종교 집단에 잠입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구원받을 것이라는 그 날짜까지 그들과 함께한다. 그 날이 왔다. 자신들이 구원받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크게 동요했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현상이어서 사회과학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신들만 구원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자 자신들은 '이미 구원받았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그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전도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전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현상이 사회과학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고, 결국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이런 인지부조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지금 서울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0420153304328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지만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이 서울광장에 무단 설치한 텐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탄기국 측 텐트는 모두 40개 동이다. 관련 법상 서울광장에 신고 없이 불법으로 설치된 탄기국 텐트에 대해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대한 자진 철거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탄기국 측이 불응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태통령이 탄핵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탄핵되지 않을 것이라고, 또 탄핵에 반대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까지 된 지금까지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법을 감수하면서 까지 저렇게 천막 농성을 계속 하고 있다. 마음 속으로야 여전히 탄핵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임에도 저렇게 천막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자신들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계속 알리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대선 기간이어서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강제 퇴거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형사 처벌받을 놈들도 생길 것도 분명하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려면 괴로울텐데 보고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