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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대통령의 기록 전쟁 - 전진한

thinknew 2016. 10. 23. 16:19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런데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는 인간들이 새누리 만인 것은 아니다. 안철수도 양비론으로 발을 디밀고 있고, 박지원은 양비론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새누리를 비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긴 했다. 오늘은 김종인도 한발 걸쳤다.[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1023_0014468738&cID=10301&pID=10300] 새누리 인간들은 나쁜 놈들이다. 그런데 양비론을 들고 나오는 인간들은 비열한 인간들이다. 왜냐하면 이건 과거 'NLL 포기' 사건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이 이런 웃기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에 분통이 터져서 '대통령의 기록 전쟁'이라는 책을 낸다. 기사에 간략하게 인용한 책의 내용을 보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51892&PAGE_CD=N0004&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1&CMPT_CD=E0018M

"1498년(연산군 4년). 실록청 당상(堂上) 이극돈은 사초(史草: 사관이 기록하는 실록의 초고)를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에 대한 비방에 가까운 기록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선대 임금이었던 세조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문구들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
"사초의 존재는 여러 대신들에게 알려졌고, 사안의 파급력을 알아 본 유자광에 의해 임금 연산의 귀에까지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분노한 연산은 "당장 사초를 들이라"고 엄명을 내린다. "예로부터 임금이 사초를 보는 법은 없다"는 대신들의 만류도 소용 없었다."
"조선이 개국한 이래, 역대 어느 임금도 선왕의 실록을 마음대로 볼 수는 없었다. 사관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한 기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극돈의 사사로운 감정에서 촉발된 '사초 유출'은 건드려서는 안 될 금기를 깨고 말았다. 이윽고 조선의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무오사화가 일어났던 때로부터 꼭 500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기록'으로 인한 극심한 격랑에 휘말려야 했다."
"2012년 10월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의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가 폭로된 것이다. 그가 봤다고 주장한 대화록 속에는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 담겨있어,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빠트렸다."
"대선이 끝난 뒤인 2013년 6월에서야 국가정보원은 슬그머니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고, 시종일관 북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유연한 태도로 회담에 임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모든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국정원의 뒤늦은 대화록 공개는 오히려 '1급 국가비밀'에 해당하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정보기관이 스스로 공개했다는 비판만 낳을 뿐이었다."


폭군이었던 연산군이나 하던 짓을 이명박이 물려받았고, 그걸 다시 박근혜가 물려 받고 있다. 공개해서는 안되는 기록을 공개했고, 그런 무리수까지 두었으나 결국은 그 당시 한나라당의 무고였음이 밝혀졌다. 송민순 회고록에 의해 촉발된 논란도 마찬가지다. 회고록을 쓴 송민순은 기밀 누설죄로 고발될 처지에 놓여 있다. 밝혀서는 안되는 내용을 회고록에 써 놓은 것이다. 이 건도 기록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NLL 논란으로 쓴맛을 본 새누리가 기록을 공개하는 무리수를 다시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록을 공개해서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새누리의 목적이 아님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꼴통들이 바라는 것은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야 최순실, 우병우 의혹이 묻히기 때문이다.

사건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양비론을 들고 나오는 인간들의 의도도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명백하게 밝혀지지도 않았고, 밝혀지기도 힘든 사안인 줄 뻔히 알므로 '싸우는 너희 둘 다 문제있어'하고 점잖게 한마디 하면 양쪽 모두로 부터의 직접적인 공격은 피하면서 중재자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얼마나 좋거나 나쁜 결과가 나올지는 더더욱 모른다. 그러나 좋은 결과가 나올지 나쁜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 이런 꼴통들을 제외하고는 그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사람들은 거의 없는 때에 양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자충수임이 분명하다. 안철수는 그렇지 않아도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 그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려 버렸다. 박지원이나 김종인은 자신들이 대통령 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니 말할 필요가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