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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나쁜 사과의 전형, 국민의당과 이언주

thinknew 2017. 7. 12. 08:28

[이미지 설명] 개같이 운전

사회심리학자 마이클 맥클러프는 자신의 책 '복수의 심리학'에서 피해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복수심을 억누르게 만드는, 즉 용서를 구하는 요소로 '사과', '자기 비하 제스처', 그리고 '보상'을 들었다. 정치인들은 흔히 구설수에 오른다. 그런데 그건 말로 인한 문제여서 상대방에게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고 보기는 힘들어서 '보상'이라는 요인은 개입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상황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사과'와 '자기 비하 제스쳐'일 것이다. '자기 비하 제스쳐'는 '사과'의 진정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둘은 거의 항상 같이 다녀야 한다. 

국민의당이 심각한 스캔들에 엮였다. 당 차원에서도 그렇고, 이언주라는 원내 부대표의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 둘의 사과하는 방식이 나쁜 경우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나씩 보자.

http://news.jtbc.joins.com/html/468/NB11493468.html

"자, 사과는 했습니다만, 사과했는데 그런데 뭔가 좀 개운찮단 말이죠. 역시 우리 말은 전체적인 맥락, 뉘앙스를 따져봐야 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죄송하다, 죄송하긴 한데, 편하게 사담 나눈 걸 보도한 기자와 그걸 보도한 SBS는 도대체 뭐냐. 섭섭하다" 이런 얘기인 겁니다."


이언주는 사과의 타이밍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저처럼 피해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진정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책에서 말한 내용은 개인주의가 정착된 서양의 학자가 한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정서적 공감을 중요시하는 문화여서 '자기 비하 제스쳐'가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이언주의 사과 방식에는 그게 없다. 그러니 저런 식의 사과가 당사자들에게 먹힐 리가 만무하다.

국민의당이 이준서 구속에 즈음하여 하는 짓도 그런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0712042846824

"국민의당은 12일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데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정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가 검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민주당을 향해 "앞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을 정략과 정쟁으로 왜곡·확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구속이 곧바로 죄의 입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쨎든 이준서의 구속은 '당은 개입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다. '당이 개입했으면 당을 해체하겠다'라고 공언한 터라, 이준서가 구속된 마당에 자세를 바짝 낮추어도 국민들의 용서를 받을까 말까한 핀국인데 이것들이 엉뚱한 군더더기를 자꾸 개입시킨다. 특검을 하자느니, 민주당 대표의 가이드라인이 작용했다느니 하면서 적폐들이 하는 행태를 답습한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 사망'이다. 사족을 곁들이자면 국민의당이 가장 나쁜 당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재수없게도 사망 선고를 받을 거리가 국민의당에서 먼저 터져 나왔을 뿐이다. 저승길에 자한당이라는 동무도 같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외로워 할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