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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억을 찾아서 - 에릭 캔델 3

thinknew 2016. 6. 1. 20:02

이전 글에 이어 생물학이 인간의 본성, 또는 정신의 문제에 접근하는 발견들을 계속 보자. 그 와중에 학습에 관한 내용에서는 우리에게 유익한 조언도 곁들인다.

"기억의 근본적인 특징 하나는 기억이 여러 단계를 거쳐 형성된다는 것이다. 단기기억은 동안 지속하는 반면, 장기기억은 며칠 혹은 보다 오랫동안 지속한다. 행동학적 실험들은 단기기억이 자연적으로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며, 전환은 반복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역시나 완벽해지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
"예컨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같은 위대한 음악가가 그토록 위대한 것은 단지 훌륭한 유전자 때문만이 아니라(물론 유전자도 도움을 주지만) 유연한 뇌를 가졌던 어린 시절에 음악 솜씨를 익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젊은이는 화학적 기억 향상 물질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하고 학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물론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해야 것이다). 학습할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 인지 향상을 위한 최선의 처방이다."
결국 대가의 처방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과거의 철학자들처럼 사변적 추론에 의하여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뇌가 학습할 수 있는 역랑은 유전자의 처방에 의해 형성된 뇌 세포에 있지만, 구체적인 학습은 뇌 세포의 시냅스 연결에 좌우되고, 그것은 다시 반복에 의해 구체화되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특별히 좋아지거나 일거에 천재가 되는 그런 것은 없다는 것도 분명하게 일러준다.

"새로운 정신과학의 기반을 이루는 교훈은 모든 정신 과정은 생물학적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정합적인 전체로 짜는 것은 당연히 기억이다."

그리고 역시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우리의 연구를 이끄는 핵심 원리는 정신은 뇌가 수행하는 작용들의 집합이라는 것입니다. 뇌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하고 우리의 주의를 한곳에 고정하고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놀랍도록 복잡한 계산 장치입니다."

저자는 환원론자이고, 그래서 뇌 세포의 연구를 '정신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환원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절대론자는 아니다. 여기서 과학의 장점이자 저자의 행운이 드러난다. 과학은 환원론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한계에 부딪혔을 때 전체론적 논의에서 돌파구를 모색한다. 저자도 궁극적인 목표는 '정신 탐구'에 있었지만 세포 연구라는 환원론적 접근법을 택하여 결국은 정신의 신비에 근접하게 된다. 저자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부분과 전체는 따로 떼어놓고 생가할 수 없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기는 하나 부분을 먼저 알지 못하고, 전체를 논하려면 결국 사변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데카르트가 물질로서의 뇌와 별개로 영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결국은 뇌의 물리, 화학 작용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이 책은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과정의 정점이라고 할 만하다. 당연히 이 책은 강력 추천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