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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뇌, 인간을 읽다 - 마이클 코빌리스

thinknew 2016. 5. 20. 20:15

뇌는 오래 전부터 철학과 과학의 관심 대상이었다.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을 동물과 차별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의 철학자들은 생각은 머리에, 마음은 심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이나 마음이 다 뇌와 관련이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성과 감정으로 구분했다. 그렇게 구분하는 가운데도 이성은 뇌의 물리적 현상이라기 보다는 물질을 초월하는 무엇으로 인식한 반면, 이성보다 하위의 것으로 인식한 감정은 그대로 뇌의 작용으로 인정했다. 근대 과학이 성립하고, 생리학과 심리학이 결합하면서 뇌가 인간의 본성을 구현하는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뇌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고, 그 결과가 인간의 본성을 규명하기 위한 큰 진전을 이루었으므로 그 결과를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그런 시기에 다음 책이 나왔다.

신경생리학자인 저자가 뇌 연구와 그와 관련된 심리학에서의 진전을 명료하게 요약해 놓았다. 저자의 서술이 아주 명료하므로 저자의 서술을 따라만 가도 좋겠다.

"과학적 심리학은 19세기에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시작되었다.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내성, 다시 말해 마음을 안쪽으로 돌려 마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행동주의는 20세기 초에 왓슨John B. Watson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벌허스 스키너Burrhus F. Skihner 발전시켰고, 그는 내가 심리학에 입문한 1950년대 후반에도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었다. 마음의 개념은 사실상 폐기되고 자리를 행동이 대신했다."
"인지혁명은 사람들을 실험실로 다시 데려와 쥐와 비둘기의 자리에 대신 앉혔다. 여기에 막중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전산의 출현과 노엄 촘스키의 언어 이론이었다. 마음의 연구 수단은 여전히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속도나 기억력과  같은 대체로 객관적인 것이었지만, 마음 자체는 일종의 계산 장치로서 재조명되었다."
"훗날 심리학은 뇌를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는 영상을 촬영하고 손상 결과를 연구하면서, 우리 두개골 속에 들어 박힌 커다랗고 쭈글쭈글한 기관의 안쪽을 들여다 있었다."
"현재의 심리학은 사람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뇌과학에도 의존한다."
"인지혁명은 명칭이 함축하듯이 감정을 무시하고 사고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새로운 심리학은 사고에 관심을 두는 만큼 느낌에도 관심을 둔다."

인간을 동물과는 구분되는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대상이 뇌여서 뇌의 어떤 요인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뇌의 크기를 주장하였으나 동물들 중에는 인간보다 뇌가 더 큰 종이 많아서 금방 폐기되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몸무게 대비 뇌의 무게이나 그것도 쥐나 새가 인간보다 더 큰 값을 가져서 폐기되고 다음은 대뇌화 지수를 동원했다.
"다른 요인들이 동등하다면, 동물에 비해 작은 동물의 무게 비율이 크다. …… 이렇게 크기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크기를 계산한 다음 예상되는 크기로써 무게를 나누면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나온다."
이것도 인간의 특별함을 완전하게 설명해주지 못하여 이제는 대뇌의 신피질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피질의 크기는 집단의 크기를 설명해 준다고 하며, 인간은 대략 150명 정도(던바의 수라고 한다.)의 큰 집단을 형성한다고 알려졌다.

이 외에도 언어가 손짓에서 진화했을 것이라는 점, 우리는 아프리카 원인들의 후손이라는 것, 심리학에서 '주의attention'이라고 하는 현상, 기억에 관한 내용, 우리가 시간 감각을 인식하는 것, 마음 이론 등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한다.

다음과 같은 저자의 서술은 과학이 철학과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마음이 뇌와 별개라는 이론이 완전히 증명되거나 반증되는 일은 결코 없겠지만(분리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뇌를 이해하고 뇌가 우리의 생각, 느낌,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면 할수록, 이론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정신과 육체는 하나일 수가 없다라는 주장은 오직 추론만 존재할 뿐이다. 그에 비해 물질인 뇌를 연구하는 뇌 과학은 뇌의 물리적 작용이 마음을 낳는다는 증거들을 점점 더 많이 축적해 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신-육체 이원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는 것이 뇌 과학이 정신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과학자들도 정신을 완전히 규명했다라고 주장하지는 않긴 하지만, 과학이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신-육체 이원론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논란은 종교와 과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과학이 신이 없음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진화론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 될 수록 신에 의한 창조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 여기에 대해 신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마찬가지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신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신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서술도 간결하고, 부피도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와 정신에 관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강력 추천 목록에도 상위에 놓아야 마땅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