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독서

인간 본성에 대하여 - 에드워드 윌슨 II

thinknew 2017. 5. 5. 17:00




다음은 '이타주의'에 대한 검토이다.
"인간 이타주의의 진화론은 이타주의의 유형들이 대부분 궁극적으로 이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층 더 복잡해진다."
"우리는 협동을 두 가지 기본 유형으로 구분해야만 한다. 먼저 이타적 충동은 타인을 향한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인 것일 수 있다. 즉 베푸는 자는 똑같은 보답을 바란다는 욕망을 결코 표현하지 않으며, 그런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그 어떤 무의식적 활동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형태의 행동을 <맹목성 hardcore> 이타주의라고 불러 왔다....... 반면 <목적성 softcore> 이타주의는 궁극적으로 이기적이다. 이 〈이타주의자〉는 사회가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척들에게 보답해주기를 기대한다. ........ 목적성 이타주의는 인간에게서 극단까지 정교해져 왔다. 먼 친척 혹은 무관한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보답은 인간 사회 구성의 열쇠이다. 사회 계약의 완성은 엄격한 친족 선택이 부과했던 고대 척추동물의 속박들을 깨뜨렸다. 탄력적이고 무한히 생산적인 언어 및 어구 분류의 재능과 결합된 보답의 관습을 통해, 인간은 문화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만큼 오래 기억되는 계약을 맺는다."
"왜냐하면 친족 선택에 바탕을 둔 순수한 맹목성 이타주의는 문명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토에 대한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나는 인간 행동의 맹목성 대 목적성 이타주의의 상대적 비율을 낙관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은 한없이 더 큰 조화와 사회적 항상성을 이룰 수 있을 만큼 계산적이고 또 충분히 이기적인 듯하다. 이 말은 자기 모순이 아니다. 포유동물 생물학의 속박에 복종하기만 한다면, 참된 이기주의는 거의 완벽한 사회 계약을 이룰 열쇠가 된다."

마지막으로 '종교'에 대한 검토이다.
"종교 신앙을 갖고자 하는 성향은 인간 정신 중 가장 복잡하고 강력한 힘이자, 아마 인간 본성 중에서 근절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불가지론자인 에밀 뒤르캠은 종교 행위가 그 집단의 정화이자 사회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그것은 수렵 채집인 무리에서 사회주의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에 뚜렷이 나타나는 보편적인 사회적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또한 생물학적 설명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종교적 경험이 찬란하고 다면적이어서, 가장 세심한 정신분석학자들과 철학자들조차 그 미궁에서 헤멜 정도로 복잡하다고 할지라도, 나는 종교 행위들을 유전적 이득과 진화적 변화라는 이차원 상에서 측량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저자도 무신론자 대열에 끼일 법하다. 하지만 저자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종교적 행동에 유물론적 근거가 있고, 그 근거가 전통 과학의 이해 범위 내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해독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종교는 부인할 수 없는 인간 종 고유의 주요 행동 범주에 속한다. 기존의 집단생물학과 하등 동물의 실험 연구들로부터 이끌어낸 행동 진화의 원리들은 직접적인 방식으로는 종교에 적용할 수 없을 것 같다. 둘째, 핵심적인 학습 규칙들 및 그것들의 궁극적인 유전적 동기는 아마 자각하는 정신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종교란 무엇보다도 개인이 자신의 직접적인 사리사욕을 집단의 이익에 종속시키도록 설득당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자신이 과학자이자 무신론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든 존재는 외부의 그 어떤 통제도 필요 없는 물리 법칙에 복종한다고 여겨진다. 과학자들은 경제적인 설명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성한 정신 같은 외부 관리자를 배척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생물학사의 중요 단계, 즉 종교 자체가 자연과학의 설명 대상이 되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여주고자 한 대로, 사회생물학은 유전적으로 진화하는 인간 뇌 속의 물질 구조에 작용하는 자연선택 원리를 통해, 신화의 근원 자체를 설명해 낼 수 있다."
무신론자 그룹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오랫동안 기독교의 영향권 하에 있었던 서양 사회에서, 그리고 현대에는 특히 미국에서 무신론자들은 소수이기도 하고 많은 불이익를 받기 때문에 무신론자이면서도 무신론자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한 바 있다. 저자도 그런 사회의 압력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희망'이라고 붙였다. 이는 인간 정신의 세 단계의 딜레마를 이야기하고 그런 딜레마를 진화론과 사회생물학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과학적 유물론이 인류의 마지막 대안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첫번째 딜레마는 전통 종교 신화와 그 세속적 대체물들, 특히 마르크스주의적 역사 해석에 바탕을 둔 주류 이데올로기들이 지닌 신화들이 숙명처럼 쇠퇴함으로써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쇠퇴는 도덕적 합의의 상실, 인간 조건에 대한 심각한 무기력감, 자아와 미래에 대한 무관심 등을 낳았다. 첫번째 딜레마의 지적 해결책은 생물학의 발견들과 사회과학의 발견들이 결합된 인간 본성을 더 심층적이고 과감하게 연구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이런 첫번째 딜레마의 해결책이 일부나마 옳다고 증명된다면, 그 해결책은 두번째 딜레마 즉 의식적 선택은 타고난 정신적 성향들 중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딜레마와 직결된다. 인간의 본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란 어떤 다른 통로가 아닌 특정한 통로를 따라 발달하도록 사회적 행동을 인도하는 학습 규칙들, 감정 강화 요인들, 호르몬 되먹임 고리들이다."
"세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정신적 딜레마 ........ 인간 종은 자신의 본성을 바꿀 수 있다. 인간 종은 무엇을 선택할까? 부분적으로 낡아버린 빙하기의 적응 양상과 통일한, 날림으로 지은 흔들거리는 토대 위에 그대로 남아 있을까? 아니면 더 많은 - 혹은 더 적은 - 감정적 반응 능력을 지닌 채 더 고도의 지성과 창조성을 향해 나아갈까?"
"진정한 프로메테우스적 과학정신은 인간에게 물리적 환경을 지배할 몇 가지 수단과 지식을 줌으로써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단계, 새로운 시대에 그것은 또 과학적 유물론의 신화를 구축할 것이다."


이 책은 광범위한 논증을 하고 있어서 이 정도의 요약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므로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