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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대선 주자들의 틀짜기와 그 허와 실

thinknew 2017. 1. 29. 10:16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301239


대중들은 이미지에 휘둘리기 쉽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불가피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대중들의 귀에 쏙 들어오는 한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해야만 한다.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압축된 주장들 중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몇개 있다. 우선 기사부터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012905111799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반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자체의 교체를 선언했습니다."
"앞서가는 문 전 대표도 지금의 정치 실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성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입니다."
"50대 초반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정권과 정치교체를 넘어서는 시대교체를 내세웠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득권 세력과 싸워 함께 잘 사는 '공정국가 건설'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경제적 약자를 보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습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87년 체제를 끝내자며 앞장서서 개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것부터 보자. 문재인의 정권 교체 구호는 아무 문제없다. 박근혜가 탄핵 되어 있는 마당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자칭 보수들의 말을 빌더라도 보수 정권 10년 했으니 바뀌어야 마땅하다. 안희정의 시대 교체도 역시 문제없다. 아무튼 안희정이 문재인보다 젊은 것은 분명하므로 젊은 사람이 더 좋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재명의 공정국가 건설도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별 문제없다. 이렇게 해 놓고 보니 개혁진영의 주자들만 문제가 없다. 보수 쪽은 뭐가 문제인지 한번 보자.

반기문은 정치 교체를 내걸었다. 이건 실체가 모호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중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고약하다. 겉으로야 '정치판 전체가 문제다'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는 있다. 근데 이게 박근혜가 이미 써 먹었던 것이기도 한데 그때 박근혜가 왜 그런 구호를 내걸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권력이 이동하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권 교체라고 내걸면 이명박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단절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고 뭔가 바뀐다는 냄새를 풍기는데 정치 교체같은 애매한 문구가 제격이다. 반기문으로서는 친박근혜 진영에는 단절의 느낌을 배제하는, 그리고 전체 정치권을 향해서는 판갈이를 주장하는 양수겹장의 수로도 읽힐 수가 있다. 이 구호가 정권 교체의 구호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유승인의 '정의로운 대한민국' 구호는 그 자체로는 별 문제가 없다. 이재명의 경우처럼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문제는 유승민이 정의를 운운할 수 있는 인간인가이다. 정의롭지 못한 새누리당에서 잔뼈가 굵은 인간이, 거기서 자신도 정의롭지 못한 일에 심심치 않게 엮여 있는 인간이 정의로운 국가를 건설한다? 이건 문제있다. 물론 대중들의 관심을 끄느냐 아니냐는 별개이고.

손학규는 개헌을 주장한다.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대부분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자신들도 그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금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어거지일 뿐이다. 허경영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야 황당함의 정도가 훨씬 덜하니 그냥 주장하게 두자. 도리가 없지 않나.

프레임 전쟁에서도 '정권 교체'가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새로운 시대가 열릴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분위기에 헌재가 화룡점정을 해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