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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과학과 인간의 목표 - 아나톨 라포포트

thinknew 2016. 10. 3. 14:40


근대 과학이 성립되기 전까지는 학문의 제왕은 철학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철학은 존재하지만 그 철학도 과학적 접근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삼스럽게 '학문의 제왕은 과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과학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만큼 과학과 인간의 지향점은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과학이 성숙되기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목표를 추론하는 것은 여전히 철학이 담당하려 했고, 그 뒤를 이어 과학철학이 모색했다. 그러나 이런 모색도 역시 과학자의 몫이고, 과학자들도 그 지향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과학자가 과학과 인간의 공동 지향점을 추론한 책이 있다.


저자인 아나톨 라포포트는 수학자이자 생물학과 사회심리학에도 조예가 깊은 학자이다. 그는 사회학자인 로버트 액설로드가 진행한 게임이론의 전략 콘테스트에서 'Tit-for-tat(맞대응 전략)'으로 우승을 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런 저자가 과학과 인간의 목표에 대해 생각한 것을 짧은 분량의 책에 담아 두었다. 

이 책의 서문에 책의 제목과 관련된 내용을 보다 분명하게 해 주는 내용이 있어 먼저 인용한다.
"종래 휴머니스트들과 문필가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 사이에 널리 편재한 신념에 의하면, 과학은 과학이 사용되는 목적을 결정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되며, 궁극적으로는 할 수도 없다. 과학과 가치의 분리를 함의하는 이 견해를 라포포트 박사는 비극적인 허망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편견에 반대하는 '편견'은 - 다시 말하면 사적이거나 지엽적인 강박관념에 물들여진 관점보다는 일반적이고 공평한 관점을 선호하는 것은 - 생활의 모든 영역에 필요한 가치이다."
"또 과학자들의 행동에 나타나는 다른 가치 선호 태도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 태도는 과학 전통의 너무나 중요한 일부분이라 정직을 시행하기 위해서 다른 장치가 불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연사의 권위에 의존하는 진술보다는 증명 가능성이 있는 진술을 선호하며, 사실의 무질서한 집합보다는 논리적인 순서를 선호한다."


이제 이 책의 주제가 결론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단언에 관한 평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을 단언하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주문 상으로는 외부 세계에 관한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같이 보이나 의미 상으로는 그렇지 않은 단언들이다."
"논쟁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화자에 대한 단언을 사물에 대한 단언으로 착각하는 것이요, 둘째는 옳게 되고 싶은 욕구로서 이는 동의에 이르려는 욕구보다 강하다라는 것이다."

"항상 공포의 긴장 속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은 폭력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정신병리학자들은 발견했다."

"수학은 삼단논법의 언어처럼 분류와 증명에 대한 언어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언어이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특징들은 무시하고, 불변의 상태로 남아있는 특징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자유란 예측가능한 결과에 근거해서 의지적 행위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만약 선택의 결과가 알려지지 않으면 선택의 자유는 별 의미가 없다."

"쇼펜하어우가 "인간은 하고자 의도하는 행위를 할 수는 있어도, 의도하는 일을 의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을 때 그는 '의도'와 관련된 유형의 위계를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주제가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서술은 무겁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깊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부피도 적다. 그래서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